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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은 "고장 난 레코드처럼 수십 년 반복된 '고도제한 완화' 구호를 이제 실행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진 구청장은 지난 11일 마곡안전체험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기준 개정에 따른 변화와 김포공항의 구체적 적용 방안에 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기존의 단일 기준인 '장애물 제한표면(OLS)'을 '장애물 금지표면(OFS)'과 '장애물 평가표면(OES)'으로 세분화해 필수 구역은 철저히 보호하되 불필요한 제한은 완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또한 '사용하지 않는 표면은 보호할 필요가 없으며,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구역은 개발을 위해 해제할 수 있다'는 원칙이 개정 서문에 명시됐다.
새로운 기준은 2030년 11월 전면 시행 예정이나 각국은 자국 여건에 따라 조기 도입할 수 있다.
개정 기준이 김포공항에 적용되면 고도제한 방식에서 큰 변화를 맞는다.
현행 기준은 활주로 반경 4㎞를 수평표면구역으로 정하고, 건축물 높이를 지상 45m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수평 표면을 반경·높이에 따라 3단계(3.35㎞·45m, 5.35㎞·60m, 10.75㎞·90m)로 세분화하고 직진입계기표면, 계기출발표면 등 새로운 보호 표면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3.35∼4.3㎞ 구간은 현행 45m에서 60m로 고도제한 기준이 상향돼 약 1㎞ 구간에서 최대 15m의 완화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에 기존 규제가 없던 5.35∼10.75㎞ 구간에는 새로 90m 제한이 도입돼 목동, 여의도 등 고층 건물 밀집 지역이 포함될 가능성이 생겼다. 일각에서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진 구청장은 "ICAO 기준은 의무 규제가 아니라 검토 사항이어서 각국은 항공기 운항과 도시 실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실제로 한국은 현행 ICAO 기준의 외부수평표면(반경 15㎞·150m)과 이륙상승표면(15㎞·300m)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현재 반경 15㎞를 넘는 지역에 여의도 63빌딩이나 목동 하이페리온 같은 건물을 지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진 구청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서울시 역시 도시·항공안전·주민권익이 균형을 이루는 기준을 마련해 현행보다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진 구청장이 연구용역 결과와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제시한 개정 기준의 김포공항 적용 방안은 '비행 운항절차 중심'이다.
강서구 권역인 김포공항 동쪽에는 선회 접근 절차가 없는 만큼 선회 보호를 전제로 한 수평표면은 배제하고, 직진입계기표면 중심으로 재조정한다.
이에 따라 동측 하부기준은 45m에서 80m로 상향하고 이후 구간에 2.5% 경사도를 적용,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과도한 제한을 최소화한다.
높이 제한이 45m에서 80m로 완화되면 지을 수 있는 건물 층수가 15층에서 25∼26층으로 높아진다.
또 계기절차 보호 대상이 아닌 구간은 'V'자 형태로 제외해 주민과 지역 개발의 부담을 줄인다.
현재 강서구에서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진행 중인 구역은 48곳으로, 고도제한 완화를 통해 사업성이 높아지면 지역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구는 앞으로 국토부와 서울시에 국제기준의 개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한 합리적 국내 기준 마련을 지속 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개정 기준이 2030년 이전에 조기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과 항공학적 검토를 반영한 세부 지침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진 구청장은 "개정 취지를 고려해 현재보다 고도제한이 불리해지는 지역이 발생해선 안 된다"면서 "항공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구역은 최대한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도제한 완화는 단순히 건물 높이 문제가 아니라 도시 발전과 주민 존엄성을 회복하는 과제"라며 "주민들의 숙원이 더 이상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