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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테크+] "개들도 겉모양 아닌 기능에 따라 물건 분류할 수 있다"

기사입력 2025-09-19 07:40

장난감 이름을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개들은 새로 배운 명칭을 겉모양은 다르지만 사용 방식이 비슷한 완전히 새로운 물체에도 확장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epartment of Ethology / Eotvos Lorand Universit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laudia Fugazz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헝가리 연구팀 "장난감 실험서 모양 다르지만 사용법 같은 것끼리 분류"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개들도 학습한 단어를 겉모양이 아닌 기능을 기준으로 새 장난감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이는 개가 사전 훈련 없이도 모양이 다른 물체의 작동 방식을 추론,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ELTE) 클라우디아 푸가차 박사팀은 19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단어 학습 능력이 있는 개를 대상으로 한 장난감 실험에서 개들이 특정 단어를 모양은 다르지만 기능이 같은 새로운 장난감에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푸가차 박사는 "이 결과는 개들이 단순히 물체 이름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의미까지 충분히 이해해서 그 이름을 겉모양이 달라도 용도가 비슷한 새 장난감에 적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외형은 다르지만 기능이 같은 물건에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은 단순히 겉모양이 비슷한 것에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학습 기술로 여겨진다. 이런 '이름 확장'(label extension) 능력은 인간의 초기 언어 발달에 중요하다.

유아의 경우 '컵'이 머그컵, 텀블러, 빨대 컵에 모두 적용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비울 수 있지만, 인간 외 동물에서 이런 능력은 가능은 하지만 수년간의 집단 사육과 훈련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놀이를 통해 장난감 이름 수십 개를 배울 만큼 단어 학습 능력이 좋은 보더콜리 6마리와 블루힐러 1마리를 대상으로 이들이 사는 자연스러운 가정 환경에서 주인과 함께 4단계에 걸친 실험을 했다.

먼저 이들에게 모양은 다르지만 주인과 서로 잡아당기며 노는 장난감을 가리키는 '당기기'(pull)라는 단어와 던지면 물어오는 장난감을 뜻하는 '물어오기'(fetch)라는 단어를 학습시켰다. 이어 주인이 '당기기'나 '물어오기'라고 지시할 때 제대로 장난감을 찾아오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학습 결과를 확인했다.

다음으로 주인들이 학습에 사용되지 않은 다양한 모양의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준 다음, 주인이 '당기기'나 '물어오기'라고 요청할 때 새로운 장난감 중에서 그에 해당하는 장난감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개들은 다양한 모양의 장난감이 섞여 있는 속에서 주인의 요청(pull 또는 fetch)에 맞는 장난감을 기댓값 이상으로 정확하게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개들이 이름을 기능적 범주로 일반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간 가족과의 놀이와 같은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속에서 언어적 이름을 기능적 범주에까지 일반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아담 미클로시 박사는 "이는 언어적 이름과 연결된 분류 능력이 비인간·비언어 종에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언어 관련 능력이 인간을 넘어, 어떻게 진화하고 작동하는지 연구할 수 있는 새 길을 열어 준다"고 말했다.

◆ 출처 : Current Biology, Fugazza, C., Sommese, A., Miklosi, A., 'Dogs extend verbal labels for functional classification of objects',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5)01079-6

scitech@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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