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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로 음주 기회도 덩달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평소 음주 문제가 있는 이들에게는 자칫 치명적인 시기가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과음으로 인한 필름 끊김 현상인 이른바 블랙아웃 현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알코올성 치매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며 경각심을 당부했다.
술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손상시킨다. 초기에는 단순 건망증이나 가벼운 기억상실인 '그레이 아웃'처럼 가볍게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면 나이와 상관없이 알코올성 치매로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알코올은 단기적으로 기억과 판단을 흐리게 하고 신경 염증을 일으키며, 장기적으로는 신경세포 사멸과 뇌 위축을 초래해 인지 저하와 떨림, 보행장애, 안구운동장애 같은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한다.
흔히 알코올성 치매는 고령층에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에서도 발병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집계에 따르면, 2024년 6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알코올성 치매로 진단된 환자는 총 115명이었다. 이 중 30·40대 환자가 13명으로 확인돼, 알코올성 치매가 더 이상 노년층만의 질환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알코올성 치매는 노인성 질환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대 불문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조발성 치매 환자'는 전체 치매 환자의 8% 정도였다. 환자 수는 2009년 1만 7772명에서 2019년 6만 3231명으로 10년 동안 3.6배 늘었다.
알코올성 치매의 또 다른 특징은 폭력성이다. 음주 문제가 계속되면 뇌에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 전두엽이 손상되어 충동 조절이 어려워지고,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가 노인성 치매와 달리 폭력적인 성향을 더 많이 띠는 것도 전두엽의 손상이 더하기 때문이다.
하운식 원장은 "알코올성 치매는 단순한 기억력 저하에 그치지 않고 무기력감 혹은 우울감, 과민성 등 정서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인성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와 달리, 알코올성 치매는 조기 치료와 금주만으로도 회복될 여지가 있으므로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로 뇌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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