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여행지에서도 납치' 주의' 범죄는 틈새를 노린다

기사입력 2025-10-18 08:40

길리 트라왕간 섬의 투명한 해변 [사진/성연재 기자]
당시 길리섬에서는 우마차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사진/성연재 기자]

최근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납치·감금·살인 사건 등으로 동남아 지역 여행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주로 동남아에서 취업 사기 등을 미끼로 한 납치가 횡행하고 있지만, 의외로 여행지에서 납치도 자주 일어나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지난 1997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서상조(徐相朝) 씨가 인도 배낭여행 중 실종된 사고는 너무나 유명한 일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합격 후 본격적인 임용 전 여행 도중 연락이 끊겼고, 가족과 당국이 수색을 벌였지만, 결국 그다음 해 숨진 사실이 확인됐다.

철저하게 여행 준비를 마친 서씨였기에 가족과 친구들의 놀라움도 컸다.

◇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는 납치

기자 또한 지난 2001년, 인도네시아 롬복을 여행할 때 택시라고 주장하던 한 차량에 잘못 올라탔다 납치당했던 경험이 있다.

차량은 가야 할 목적지인 항구 쪽으로 향하지 않고 산기슭 쪽으로 향했다.

본능적으로 납치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 때마침 소달구지가 길을 막아 차가 서행하는 틈을 타 뛰어내렸다.

"헬프 미!"

소리를 지르며 인가 쪽으로 달려갔고 잠시 머뭇거리던 차량은 그대로 사라졌다.

정직한 택시였다면 그렇게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다.

몇 년 뒤, 회사 한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다 비슷한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 남편도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납치됐다 풀려났어요."

한 여행사 지사에서 근무하던 그의 남편은 상품 조사를 위해 오지를 찾았다가 납치됐다.

모두 3명이 함께 납치됐으며, 처음엔 몸값으로 1인당 2천만원을 요구받았다.

피해자를 전문적으로 협상하는 '니고시에이터'(협상가)를 투입한 끝에 수백만 원의 몸값을 주고 풀려났다고 했다.

◇ 유명인이라도 피하지 못하는 납치

납치는 유명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베트남 축구의 전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캄보디아 여행 후 귀국길에 겪은 납치 위기를 털어놨다.

"밤 10시쯤 공항에 도착해 귀가를 위해 택시가 아닌 차량에 올라탔던 것이 화근이었어요"

공범이 있는 장소에 도착하자 그 일행 가운데 한 명이 그를 알아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납치한 일행에게 "박항서를 왜 데리고 왔냐"며 "대장 같은 사람이 와서 나와 아내를 차에 태워 보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여행에서의 납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

기자는 자카르타로 올라와 당시 특파원으로 있던 회사 선배를 만났을 때,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 여행 경로, 현지인도 안 가는 곳이다."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그날의 두려움은 기자에게도 하나의 교훈이자 공포로 남아 있다.

◇ 여행 전문가들 "위험 요소 숙지해야" 조언

여행 전문가들은 현지인이 주는 음료를 마시거나, 택시가 아닌 다른 차량을 이용하는 것을 절대 삼가야 한다고 말한다.

호주의 유명 여행 전문지 '스마트 트래블러'는 여행 중 납치를 방지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한다.

▲ 항상 개인 안전과 주변 환경에 주의할 것.

▲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를 피할 것.

▲ 숙박 시설에 적절한 보안 조치가 있는지 확인

▲ 상대방이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이 생기지 않도록 움직임을 다양하게 할 것.

▲ 혼자 여행할 때는 외딴곳을 피할 것.

▲ 여행 중 만나는 사람에게 돈이나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피할 것.

▲ 소셜 미디어(SNS) 등에 개인적 정보를 노출하지 말 것.

▲ 일반 여행자 보험은 납치나 몸값 지급을 보장하지 않음.

polpori@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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