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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벌인 정권 교체 공작의 역사는 길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뒷마당 격인 중남미 지역에서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벌인 공작이 많다. 냉전 당시 특정 국가가 공산화되면 인근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공산화될 것이라는 도미노 가설이 있었다. 이 가설의 현실화를 막는 선봉에는 늘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있었다.
CIA는 이 밖에도 1961년 쿠바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려고 피그스만 침공 공작을 벌이다 실패했고, 1980년대는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좌파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콘트라 반군 공작을 벌이는 등 중남미 지역에서 숱한 비밀작전을 수행했다. CIA의 비밀공작은 해당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지키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주권 침해와 인권 유린, 반미감정 확산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내 CIA 비밀작전을 승인했다고 한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의 교체까지 시도할 수 있는 작전을 허가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반미 국가인 베네수엘라와 최근에는 마약 카르텔을 단속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지난달부터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군자산을 배치하고 '마약 운반선'을 여러 차례 격침하기도 했다. CIA 비밀작전이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노리는 것이라면 서방 진영으로 기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다른 점이 뭔가 싶다. 한쪽은 전면 군사작전을 벌였고, 한쪽은 비밀작전을 하는 것 정도의 차이만 있다고 해야 하나.
bond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