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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오가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자본 유치 방안을 모색해 바이오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고서는 "중국은 기초 연구개발(R&D)부터 바이오산업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적극적인 정부 주도의 지원으로 바이오 제약의 글로벌 연구 중심지로 급부상했다"고 진단했다.
작년 발표된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바이오 분야 핵심 기술 7개 가운데 합성생물학, 유전체 분석, 바이오 제조, 항생제·바이러스 등 4개 기술에서 미국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가 발표한 '핵심 및 신흥 기술 지수'에서는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0위였다.
첨단 바이오 중심의 특허 분석에 기반한 경쟁력 동향을 보면 특허 출원은 중국이 미국과 함께 주도하는 양상이다. 2019년 이후부터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최다 출원국이고 우수특허 출원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기술 경쟁력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는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 건수와 금액도 증가했다.
올해 첫 3개월간 바이오테크 라이선스 계약 가치의 32%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작년과 2023년에는 각각 21%였다. 올해 상반기 라이선스 아웃 총액은 660억달러(약 93조8천억원)에 육박했다.
중국이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는 점도 주목받는다.
중국 정부는 올해 5개년 계획에서 AI 신약 개발을 공식적인 우선순위로 지정했다.
대표 기업으로는 홍콩에 본사를 둔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신이 꼽힌다. 이 회사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 후보물질 'INS018-055'는 생성형 AI로 설계돼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중국 바이오테크가 급성장한 배경으로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정책 추진이 지목된다. 자금, 인재 등 바이오 인프라 보유와 규제 완화에 국가가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를, 2016년 '헬시(Healthy) 차이나 2030'을 발표하면서 바이오 성장 계획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R&D 투자 규모를 보면 중국은 R&D에 대한 국내 총지출이 미국과 동등한 수준에 근접한다.
보고서는 "중국 바이오 제약의 기술력 향상은 단순한 기술 모방이나 규모의 경제로 인한 성과가 아니다"라며 "장기간의 전략적 투자와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을 통해 확보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중국의 R&D 투자 금액 확대 등 사례를 참고해 국내 여건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R&D 예산이 35조3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9.3% 많게 책정된 만큼 이를 바이오 분야에 효율적으로 투입하기 위한 정책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내외 자본조달 시장 경색과 한정된 정부 재원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뉴코'(NewCo) 모델을 제안했다.
뉴코는 기존 글로벌 제약사나 투자자가 특정 파이프라인, 기술,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도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서 mRNA 기술을 기반으로 벤처캐피털(VC)과 하버드,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협업해 뉴코 모델로 출발한 우수 사례다.
중국 바이오테크도 2021년을 기점으로 자산을 기반으로 서구에 새로운 독립회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자본을 유치해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기존 벤처 창업과 달리 자금, 경영, 전문인력 지원을 처음부터 집중적으로 투입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고서는 "국내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K-뉴코 모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내의 경우 대형 제약사와 학계 간 협업 사례는 많지만 뉴코 모델 적용이 가능한 VC 등 생태계는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외 자본 유치, 글로벌 시장 진입 가속화를 위한 바이오 벤처 조성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 차원에서 뉴코 모델 확산을 위한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anju@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