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만들고 해외 가고…유통업계 PB 상품 '춘추전국시대'

기사입력 2025-10-19 08:39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빵값 상승을 뜻하는 '빵플레이션' 심화로 가성비를 내세운 편의점ㆍ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 빵 매출이 오름세를 보인 14일 서울의 한 CU 편의점에 빵이 진열돼 있다. 2025.10.14 mjkang@yna.co.kr
[롯데마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GS25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편의점부터 대형마트,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이르는 유통업계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식품에서 의류로, 자사몰에서 다른 플랫폼과 해외로 확장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19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CU의 PB 상품 매출 신장률은 2023년 17.6%, 지난해 21.8%에서 올해 1∼9월 19.1% 등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유어스' 등 800종의 PB 상품을 운영 중인 GS25에서 올해 전체 매출에서 PB 비중은 29.7%로 30%에 육박한다.

특히 초저가 라인인 리얼프라이스 매출이 작년보다 125.1% 급증했다.

대형마트도 PB 상품을 확대 중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전체 매출 대비 PB 제품 매출 비중은 각각 8%, 10% 수준이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피코크, 5K프라이스, 데이즈, 자연주의 등을, 롯데마트는 오늘 좋은, 요리하다 등의 PB 브랜드를 각각 운영 중이다.

이커머스 중에는 컬리의 대표 PB 라인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0% 이상 확대되면서 고속 성장 중이다.

유통업체들이 유통 과정을 줄여 자사 플랫폼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 자체브랜드인 PB를 다양하게 선보이다 보니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도 뚜렷하다.

쿠팡에서는 롯데마트의 '오늘 좋은', 홈플러스의 '심플러스' 등을 판매하고 있고 이마트 '피코크' 일부 제품은 컬리에서도 판매된다.

편의점 업계는 PB 상품을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도 판매 중이다.

GS25는 미국, 호주, 일본, 중국 등 33개국에, CU는 20여개국에 PB 상품을 각각 수출 중이다. 일본 '돈키호테'에도 이들 편의점의 PB 상품이 팔리고 있다.

BGF리테일은 최근 중국 대형 수입 유통사인 '닝싱 유베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중국 온라인 커머스 채널에 CU 전용관을 개설하고 팝업 스토어를 여는 등 PB 상품에 대한 본격 마케팅에 나섰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4월부터 PB 의류를 출시한 이후 양말, 언더웨어, 티셔츠에 이어 최근 니트 상품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수한 PB 상품은 외부에서도 판매를 진행해 홍보 효과와 동시에 매출 규모를 키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더 많은 고객이 자사 PB를 긍정적으로 경험할수록 브랜드 관심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더 많은 구색을 갖춘 자사 채널로의 유입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PB 제품의 비중이 커질수록 플랫폼 내 자사 제품 우대 등 기존 제조업체 브랜드(NB)와의 마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앞서 쿠팡이 PB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를 조정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것이 일례다.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브랜드 정체성이 흐려지고 물류·재고 관리가 복잡해지며 PB만의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CU를 통해 일부 PB 제품을 판매한 컬리는 현재는 자사몰에서만 PB 상품을 판매 중이다.

컬리 관계자는 "단순히 노출 범위를 넓히기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채널 전략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다른 플랫폼에서 PB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chomj@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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