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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상황을 미국에 제대로 알리고 우리의 핵심 정책과 한미 관계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 발신을 위해 언론, 학계 등 네트워크를 장기적으로 관리할 공공외교 인력 확충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대표부에서 열린 국정감사 업무보고 말미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공공외교 인력 확충 필요성을 읍소했다.
그는 공항에서 입국 직후 취재진이 주미대사관의 대미 외교역량을 키우기 위한 복안을 묻자 "전반적으로 인력이 양적인 면에서 작다. 질적으로는 훌륭한 인재들이어서 더욱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노력도 하겠지만, 양적으로도 많이 키워야 한다. 특히 공공외교 부분에서 특별히 노력해야 될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주미대사관의 공공외교 분야 인력 확충은 그간 주미대사가 국감장에서 애로사항 및 민원으로 거론해온 '단골 소재'라고 한다.
다만, 강 대사가 국감뿐 아니라 부임할 때도 특별히 연달아 공공외교를 강조한 것은 한미관계의 현 상황을 보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공공외교의 역사적 배경부터 그 의미까지 비교적 자세히 나와있다.
어떤 국가에 파견된 한국 외교관이 해당국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한 활동을 넘어서 그 나라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제고함으로써 외교 영향력을 끌어올리는 외교정책이다.
좁게는 미국 내 주요 싱크탱크나 학계, 언론계를 대상으로 공공외교를 펼치지만, 문화·예술·스포츠 등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상대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으로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시아의 대표적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까지 대미(對美) 공공외교에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미국의 정책이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 나라 모두 주미대사관에 공사급 공공외교 책임자를 두고 있는데 그 산하 인력을 보면 한국은 크게 뒤떨어진다.
한국은 참사관 1명에 서기관 2명 등 3명이 실무를 맡고 있지만, 일본은 참사관 2명에 서기관 6명으로 한국보다 2배 이상 많은 8명이다.
중국의 경우 인력이 더욱 많아 참사관 3명에 서기관 7명으로 인력이 주미한국대사관의 무려 5배나 된다.
인구비례를 따지면 한국이 크게 모자란 것도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한미 간 불거진 각종 이슈를 살펴보면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공외교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들이 많다.
이번 주미대사관 국감에서는 의원들은 조지아주 한인 구금사태의 재발 방지 및 해결책으로 미 의회에 계류 중인 '한국과 파트너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 법안은 전문직 한국 국적자에 연간 최대 1만5천개의 전문직 취업비자(E-4)를 발급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계인 영 김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이 2013년부터 미국 의회 회기 때마다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고, 올해 1월 시작된 2년 임기의 119대 의회에서 7번째로 재발의됐다.
이처럼 오랫동안 '발의→폐기→재발의' 과정이 반복됐다는 것은 이번 회기에서도 통과가 쉽지 않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결국, 미국 내 전문직 한국인 비자 관련 호의적 여론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으며, 장기적인 공공외교가 절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원들은 국감에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즉 양국 간 조선협력 사업의 실현 및 성공을 위해 미국 연안 내 해상 운송은 미국에서 건조된 미 선박과 승무원에 의해 운항돼야 한다는 '존스법', 미 국방 관련 선박은 반드시 미국 내 건조를 의무화한 '번스-톨레프슨 수정법' 개정 등에도 힘써달라고 강 대사에게 주문했다.
하지만, 이 또한 미국 내 여론이 한국에 우호적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실현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국감을 위해 미국을 찾은 외통위 의원은 총 6명 중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5명으로 모두 '친명'(친이재명)이다. 나머지 1명은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으로, 4선에 외통위원장 출신의 중진이다.
이들이 귀국한 뒤 강 대사의 공공외교 인력 확충 민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지 기대해본다.
min22@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