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지갑처럼' 연구비 카드 사용…과기원 곳곳서 적발

기사입력 2025-10-1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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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1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10.17 coolee@yna.co.kr

4대 과학기술원 중 한 곳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법인·연구비 카드 부정 사용 사례 91건이 적발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 과기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법인카드 19개를 이용해 6천500차례, 110억원을 부정 결제한 연구원 등 3명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어 과기원의 연구비 지출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대 과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GIST는 작년 7월 특별감사를 통해 법인(연구비)카드 사적 사용자 4명과 유흥성 비용 지출자 1명을 적발했다.

이 중 연구비 카드 사적 사용자 4명은 해임된 채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유흥성 비용 지출자 1명은 감봉 처벌을 받았다.

이들의 연구비 카드 부정 사용액은 총 1천259만원에 달했다.

카드 부정 사용은 회의록과 업무추진비로 집행내역서 허위 작성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GIST 산하 한 연구소의 연구원 4명은 2021년 9월 이후 작년 6월까지 총 76차례(1천105만8천200원 상당)나 회의록을 허위 작성했다.

A연구원은 2022년 11월 27만원을 회의비로 사용하면서 같은 시간, 옆 식당에서 진행된 다른 회의 참석자 4명을 중복 기재하고 작년 5월 회의 때 숯불갈비 음식점에서 29만원을 회의비로 사용하면서 동일 시간, 동일 장소에서 진행된 다른 회의 참석자 4명을 기재하는 등 23건의 허위 회의록 작성이 확인됐다.

또, 2023년 12월 당시 팀원에게 회의 장소, 목적, 참석자, 내용 등 기본정보를 제외한 영수증만 건네주고서 회의비 27만원 사용 내역을 포함한 13건의 회의록을 허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A연구원이 허위 작성했거나 허위 작성을 지시한 36건의 금액은 583만4천400원에 달했다.

같은 연구소 B연구원은 작년 5월 회의 때 중식점에서 15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하면서 가족돌봄휴가를 사용 중인 구성원을 포함하는 등 총 28건(297만8천900원)의 회의 참석자 허위 작성이 확인됐다.

C연구원은 2023년 10월부터 작년 6월까지 와인바, 주류전문점, 요리주점, 이자카야 등에서 7건의 유흥성 경비를 지출했다가 적발됐다. 연구소 발령 전 부서 근무 시절까지 감사한 결과 총 15건(152만7천300원)으로 늘었다.

KAIST도 작년 12월 이후 지난 6월까지 연구비 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직원 3명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KAIST 산하 한 연구소의 D연구원은 2022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법인카드 19개를 카드 돌려막기와 상품권깡(법인카드로 상품권 구매·현금화 후 카드결제 대금 입금) 방식으로 약 6천500건, 110억원을 결제했다.

KAIST는 지난달 D연구원의 미납 카드대금 약 9억원을 선납했으며 구상권 청구 등 법적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E교수의 연구비 카드 부정이용 의심 내역을 확인하고 특별감사를 벌였다.

KAIST는 지난달 E교수가 1억100만원 연체 상태인 것을 파악하고 법무팀에 외부기관 수사 의뢰를 검토하도록 요청했다.

앞서 2020년 10월 GIST에서 기관 예산으로 개인차량 주유에 약 127만원을 결제한 사례가 인지되고 2021년 KAIST와 DGIST에서 각각 예산의 사적 사용·방만 집행,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이 적발되는 등 4대 과기원의 연구비 카드 부정 사용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과기원에서 법인카드와 연구비 카드가 개인 지갑처럼 쓰이고 있는 건 충격적"이라며 "이는 일부 연구원의 일탈이 아니라 과기원은 물론 과기부의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특히 부정 사용이 반복되고 있는 GIST에서는 총장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arriso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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