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볼지도] 한지형 마늘 주산지 단양에 도는 위기감

기사입력 2025-10-25 08:41

[김형우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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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촬영]
[단양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기후 온난화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농산물과 수산물 지도가 변하고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해수욕장은 문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역대급 장마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기도 합니다. '꽃 없는 꽃 축제', '얼음 없는 얼음 축제'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겨납니다. 이대로면 지금은 당연시하고 있는 것들이 미래에는 사라져 못 볼지도 모릅니다. 연합뉴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격변의 현장을 최일선에서 살펴보고, 극복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송고합니다.]

충북 단양은 경북 의성과 함께 국내의 대표적인 한지형 마늘 주산지다.

마늘은 크게 한지형과 난지형으로 나뉘는데, 한지형은 휴면 기간이 길어 가을에 심으면 이듬해 봄에 싹이 트는 품종이다.

주로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재배되며, 육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뛰어난 데다 매운맛이 강해 김장철 재료로 인기가 높다.

특히 단양마늘은 소백산 자락의 큰 일교차와 석회암 지대에서 자라 알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다.

항암 및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알리신 성분이 풍부해 '마늘 중의 마늘'로 불리며 소비자들의 애정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후 변화로 인한 불안정한 날씨와 소비 패턴 변화로 한지형 마늘 재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아…언제 씨 뿌려야 하는지"

충북 단양군 매포읍에서 30년째 전통 한지형 마늘을 재배하는 김모(62)씨는 파종 시기를 맞아 걱정이 크다.

가을 내내 이어진 비로 인해 언제 밭에 마늘 씨앗을 뿌려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축축한 밭에 씨앗을 뿌리면 생리장애 현상인 '벌마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농가들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벌마늘이 생기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생산량도 감소한다.

반대로 땅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 파종이 늦어져 생육기간이 짧아지고, 결국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다.

이처럼 파종 시기 결정은 농가의 수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충북지역에는 18일 동안 비가 내렸으며, 누적 강수량은 277.6㎜에 달했다.

이는 평년(1991∼2020년) 같은 기간 평균 강수량(98.7㎜)의 세 배에 이르는 수치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씨는 "예년 같으면 지금쯤 파종을 시작했을 텐데, 9월부터 계속된 비로 밭이 질어 아직도 씨를 못 뿌리고 있다"며 "올해 수확기에도 비가 잦았다. 날씨가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단양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올해는 수확기인 6월 초부터 중순까지 비가 이어져 일조량이 부족했다"며 "평년 대비 수확량이 약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 한지형 마늘 농가도 줄어든다

이상 기후로 농사짓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시장 구조의 변화까지 겹치면서 전국적으로 한지형 마늘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체 마늘 재배 면적은 2만2천947㏊이며, 이 중 한지형 마늘은 4천49㏊로 전체의 17% 수준이다.

2000년(22%)과 비교하면 5%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생산량으로 보면 전체 31만7천t 가운데 한지형은 3만9천218t으로 12% 정도다.

한지형은 전년(4만1천536t)보다 생산량이 5.5%(2천318t) 감소했지만, 난지형은 27만789t으로 전년(24만3천400t)보다 11.2% 늘었다.

이러한 변화는 충북 지역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마늘 재배 농가가 단양 다음으로 많은 보은군의 경우 2010년대까지만 해도 회인면을 중심으로 대다수가 한지형을 재배했다.

하지만 현재 농가들은 난지형을 더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농가 10곳 중 8곳이 난지형 마늘을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정표 충북도마늘연구소 연구사는 "난지형 마늘, 특히 대서마늘의 재배 면적이 점차 늘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보은뿐 아니라 충남·경북 등 주요 마늘 산지에서도 나타나는 전국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난지형 마늘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소비자 기호 변화가 작용했다.

최근 깐 마늘·간 마늘 등 가공용 소비가 늘면서 알이 굵고 껍질이 얇아 가공이 쉬운 난지형 마늘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난지형 마늘은 재배가 비교적 쉽고, 쪽수가 한지형(평균 6쪽)보다 두 배가량 많아 생산성이 높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신성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시장에서 한지형 마늘의 단가가 다소 높더라도 수확량에서 난지형과 차이가 난다면 소득을 고려해야 하는 농가 입장에서는 보다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우량 종구 공급 등 명품화 전략으로 승부수

단양은 전국적으로 드물게 한지형 마늘만 재배한다.

지역의 기후와 토양이 난지형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해발 300∼500m의 고랭지로 일교차가 큰 단양에서는 난지형을 심으면 생육 부진과 병 발생을 걱정해야 한다.

단양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같은 면적 기준으로 남부지역에서 난지형 마늘이 2천㎏ 생산된다면 단양에서는 1천500㎏ 정도밖에 수확되지 않는다"며 "결국 단양에서는 한지형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단양군은 한지형의 명품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군은 '단양마늘 명품화 사업'을 통해 우량 종구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2주간 우량 종구 공급을 희망하는 농가의 신청을 받아 지난달 112개 농가에 4천㎏의 우량종구를 분양했다.

군은 체계적인 우량 종구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우량 종구 생산 및 공급에 관한 조례'도 만들었다.

군은 지난해 12월 서울시 새마을부녀회와 농산물 소비촉진 업무협약을 하는 등 판로를 적극 개척하고 있고, 마늘종에 달린 주화를 활용한 종자 갱신 시설재배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난지형과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단양 한지형 고유의 품질과 향을 살려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소비자 인식 개선과 브랜드 홍보를 통해 단양마늘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vodcast@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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