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터지는 질식사고…"알고도 안 지켜 반복되는 비극"

기사입력 2025-10-26 11:59

(경주=연합뉴스) 지난 25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 두류공업지역 아연가공업체 지하 수조에서 작업자 4명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사진은 지하 수조 모습. 2025.10.26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unhyung@yna.co.kr
(경주=연합뉴스) 지난 25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 두류공업지역 아연가공업체 지하 수조에서 작업자 4명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사진은 지하 수조 모습. 2025.10.26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unhyung@yna.co.kr
(경주=연합뉴스) 지난 25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 두류공업지역 아연가공업체 지하 수조에서 작업자 4명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사진은 지하 수조 모습. 2025.10.26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unhyung@yna.co.kr

경주에서 밀폐공간 질식 사고가 또다시 발생하자, 현장 안전관리 실태 점검과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26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경북 경주시 안강읍 두류공업지역 아연가공업체에서 발생한 지하 수조 내 작업자 질식 사망사고 현장에서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일산화탄소 노출이 사망의 직접 원인으로 단정하지는 않고 있으나,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밀폐공간 질식 사망사고는 이번 건(2명 사망·2명 중태)을 포함해 최소 9차례 일어나, 작업자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27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는 상수도 공사 맨홀에서 작업 중이던 70대 배관공과 그를 구조하려던 70대 굴착기 기사 등 2명이 내부 산소 결핍으로 질식해 숨졌다.

같은 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 맨홀에서는 공공하수도 공사에 투입됐던 50대 일용직 근로자가 가스 중독으로 쓰러졌다가 오수관로 물살에 휩쓸려 이튿날 900m 떨어진 하수처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를 구하기 위해 맨홀 안으로 들어갔던 40대 오·폐수 관로 조사업체 대표도 가스 중독으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치료 중 끝내 사망했다.

지난 7월 23일에는 대구 달성군 논공읍 삼리리 한 식품 제조공장에서 환풍기 고장으로 일산화탄소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아 작업자 8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의심증세로 병원에 옮겨지기도 했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밀폐공간 질식 사망사고 14건 중 12건(85.7%)은 작업 전 산소·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14건 중 10건(71.4%)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가 발생했으며, 9건은(64.2%) 감시인을 배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통계는 사법처리된 사망사고를 집계한 것으로, 수사 중인 서울 금천구나 인천 계양구 사고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망에 이르지 않은 사고까지 포함하면 안전조치 위반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맨홀이나 수조, 환기가 불량한 작업장 등 밀폐공간 작업 환경 전반을 고려한 종합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장 감독과 보디캠·가스 농도측정기 의무화 등 관련 대책은 물론이고 기본 안전 수칙부터 충실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작업 전 가스 농도 측정과 환기 설비 가동, 보호장비 착용 등 기초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관행을 바로잡지 않으면 유사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하 밀폐공간 사고는 현장에서도 문제와 해법을 알고 있는 반복적 사고로, 관리자 책임만으로는 근원적 한계가 있다"며 "작업자 스스로 절차를 지키고 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일이 현장에 다 쫓아갈 수 없다면 관리자가 영상 통화나 원격 캠으로 현장을 감시하는 등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관리 방식과 절차를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각성 중심의 작업자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unhyu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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