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금정산 국립공원 경계서 빠진 산성마을의 미래는

기사입력 2025-11-07 11:19

[차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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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재난대피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지, 개발 완충지로서 역할

지정 반대하던 주민들과 상생 논의하고 방안 찾아야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경계에서는 빠져있지만 바로 인접해 있는 '산성마을' 관리가 향후 국립공원 운영 성패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조선시대 축조된 금정산성 바로 아래 자리 잡은 산성마을은 금정산 해발 400m 분지에 위치한 자연마을이다.

마을 형성 시기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화전민이 누룩을 빚어 생계를 이어 왔다는 기록이 있다.

술 제조가 중심이었던 마을로 현재도 '산성 막걸리'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 마을은 금정산을 차나 버스로 올라가려고 할 때 꼭 거쳐야 하는 곳으로 1970년대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 흑염소 식당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먹거리촌으로 변신했다.

당시 무허가 사육장에서 기른 흑염소들을 도축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신선한 염소 고기를 속이지 않고 판매한다는 점을 강조해 급성장했다.

여기에 낮에는 족구장, 밤에는 단체 숙박 손님에게 노래방 기기를 제공하면서 야유회의 성지로 이미지를 굳혔다.

1990년대만 해도 이곳에 음식점과 주류판매점이 120곳 넘었고, 가축 사육장 18곳, 거주 주민은 2천명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10여년간 염소 불법 도축이 근절되고, 고기가 외부에서 들어오는데도 비싼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자 손님들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음주 산행 근절, 노래방 기기 금지, 커피숍으로 업종 변경 등 다양한 요인이 겹치면서 마을은 쇠퇴해 현재는 443가구만 거주하는 곳으로 전해진다.

이 산성마을은 국립공원 지정과정에서 범어사와 함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꼽혔다.

그린벨트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사유권 행사에 제약이 있어 주민들은 또 다른 규제인 국립공원 지정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화장실이 건물 밖에 있어서 현대식으로 고치려고 해도 내 집인데도 허가받아야 해 불편을 감수하고 살았다"면서 "지금도 시설이 크게 개선된 게 없는데 이제는 국립공원 규제까지 받게 됐다"고 한탄했다.

마을 주민들이 소유한 국립공원 내 사유지 사용에도 제한이 있다.

현재 마을 공동명의로 20만평에 가까운 토지를 국립공원 내 소유하고 있고, 개별 토지 소유자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립공원 지정 반대 운동을 한 비대위 출신 마을 주민은 "국립공원을 할 거면 땅을 매입해서 추진하라고 했는데, 부산시는 국립공원 되고 나면 국비로 매입 가능하다는 설명을 했었다"면서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7년 차에도 사유지 매입률이 4%밖에 안 되는 걸 봤는데, 공무원 말만 듣고 동의를 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수십년간 반대하던 마을 주민들은 결국 올해 초에야 국립공원 지정에 동의의사를 밝혔다.

금정산 국립공원을 제대로 보존하려면 '입구 마을'(gateway village)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국립공원의 경계 마을은 공원 탐방에 필요한 주차장과 센터, 재난 대비 등에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는 거점이고 개발 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완충 지대이기도 하다.

국제자연보전연맹 지침이나, 국내외 다수의 논문에서도 이들 경계 마을 관리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부산시는 산성마을 등 국립공원 인접 지역 관리와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 수립을 위해 용역에 들어가 내년 4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립공원 지정 효과로 탐방객 수가 28% 증가해 매년 400만명 이상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파급효과가 인근 지역 전체로 확산하는 만큼 함께 발전할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유청길 산성마을 주민자치위원장은 "부산시에서 요구사항을 수렴했을 때 주민들이 도시가스 등 기반 시설 구축, 간이도축장 허가, 관광지 홍보, 포토존 조성 등 여러 가지를 요구했다"면서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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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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