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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내린 건물·사람들 죽어간 장소 지나치는 일은 악몽 같은 일"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주민 주드(21·여성)는 연합뉴스가 전날 가자시티 인접 마을 셰자이야를 현장에서 취재해 보도한 사진을 보고는 "무너져내린 건물과 사람들이 죽어간 장소를 지나쳐야 하는 일은 악몽 같은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드는 이날 오후 원격으로 이뤄진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했다.
앞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14개 세계 주요 언론사 기자들은 전날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경계선 '그린라인'을 넘어 휴전 합의에 따른 가자지구내 이스라엘군 철수선 '옐로라인' 바로 앞에 위치한 이스라엘군 주둔지를 방문 취재했다.
기자는 주드와 영상통화를 시도했지만 현지 통신 사정이 좋지 않은 탓에 실패했고, 이후 약 5시간에 걸쳐 메신저 앱으로 짧은 음성과 문자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눠야 했다.
주드는 현지 의과대학 4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부근 알카라라에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이 있었지만, 지난 5월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거세지며 피란길에 올라야 했고, 이후 마을 전체가 파괴됐다고 한다.
무너진 보금자리로라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면서도 "(지난달) 휴전이 됐지만 마을 전체가 이스라엘군이 머무는 '옐로라인' 안쪽에 포함되는 바람에 이동이 금지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드는 현재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난민촌 텐트에 머물고 있다며 사진을 여러장 보내왔다. 흙바닥 위에 냄비를 세워놓고 땔감 대신 온갖 쓰레기로 불을 붙여 요리를 하는 모습도 있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이런 전쟁의 위협과 일상의 고단함이 아니라 남동생의 죽음이었다. 동생은 작년 2월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주드는 메신저 프로필에 자신의 얼굴이 아닌 동생의 사진을 올려놓고 "어떤 부재에는 더 강한 존재가 있다"는 말을 적어놨다.
그는 자신이 겪은 아픔을 기록한 일기를 몇 개 보내왔다.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 7일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의대 예과를 졸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나는 가족과 친구, 내 자신의 목숨을 잃을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2023년 10월)
"(동생을 잃은 뒤) 지난 4개월간의 일들이 그 어떤 기억보다 생생하다, 더는 행복한 순간이 없는 것 같다, 사진을 보면 우리가 어떻게 평범한 일상을 살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었었을까 싶다." (2024년 6월)
내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던 주드는 이스라엘에 대한 생각을 질문받자 "아무런 느낌이 없다"라더니 이내 "7만명 넘게 죽어버린 후에, 그들이 가져온 비참함과 슬픔 속에서…그들이 말하는 '평화'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신이 어제 가자에 다녀왔다고 말한 것이 놀랍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집단학살'과 고통을 접하다가 직접 눈으로 본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며 기자에게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주드는 "우리에게 관심과 공감을 보여줘서 고맙다"며 "나중에 꼭 다시 직접 만나서 인터뷰에 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dk@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