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베네수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美견제수위 높여

기사입력 2025-11-07 12:00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오레시니크 대량 생산" 발표 동시에 배치 가능성 시사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러시아가 미국과 군사적 위기 상황에 놓인 베네수엘라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알렉세이 주라블레프 러시아 의회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지 매체와 만나 베네수엘라에 강력한 오레시니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방국에 오레시니크 같은 새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며 "미국이 놀라운 일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도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을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라블레프 부위원장은 러시아에서 유명한 매파 정치인 중 한명이다.

오레시니크는 마하 10(초속 2.5∼3㎞)의 속도로 목표물을 공격하는 중거리 미사일이다. 핵무기를 포함한 탄두를 여러 개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현존하는 방공 시스템으로는 오레시니크를 요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레시니크의 '베네수엘라 배치' 언급은 최근 대량 생산 본격화 소식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타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은 전날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오레시니크 미사일 양산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오레시니크의 베네수엘라 배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최근 러시아의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유예 해제'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8월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으로 제한된 지상 발사 미사일을 유럽 등에 배치하고 있다며 자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유예를 해제한다고 선언했다. 지난달에는 연내 벨라루스에 오레시니크 배치 계획을 공식화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을 차단할 목적으로 카리브해에 미군 함정과 전투기를 배치하고 마약 운반선을 격침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인근에 배치된 미국 군사력을 감안할 때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목표로 군사작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대응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군사 지원을 요청하고 러시아가 지지 메시지를 잇달아 내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미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러시아가 이란과 전략적 협력 관계지만 미국이 지난 6월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했을 때 러시아가 나서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분석의 근거가 됐다.

rock@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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