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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행당한 피해자들이 아무런 규율을 하지 않은 국가에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이날 13명의 피해자는 하얀 바탕에 붉은 꽃이 수놓아진 스카프를 매고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원고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율립의 하주희 변호사는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범죄행위 중 계엄군 등에 의해 발생한 강간과 강제추행 사건으로, 도심 시위 진압 작전과 봉쇄 작전, 광주 재진입 작전, 연행·구금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군부의 지시로 완벽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계엄군의 총, 대검을 동반한 폭행 협박 아래 자행됐다"며 "(국가가) 아무런 규율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오래 침묵한 이후 어렵게 국가기관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사건인 만큼 충분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피고 측은 이미 국가배상법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국가 측 소송대리인은 "1980년 5월을 시효 기산 시점으로 본다"고 했다. 성폭행 피해가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가배상법과 민법에 따르면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불법행위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아울러 일부 원고가 5·18과 관련해 이미 국가배상소송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하 변호사는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2023년 12월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맞섰다. 이미 국가배상을 받은 원고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해당 원고는 5·18 연행·구금과 관련해 보상받은 것"이라며 "성폭행에 대한 보상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6일 변론을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기일을 정하는 중에 방청석의 일부 피해자들이 "빨리 (진행)해주십시오. 45년 동안 너무 지쳤습니다"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 증언 모임 '열매'는 피해자 14명과 이들을 부양하는 가족 3명 등 총 17명이 원고로 참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광주에 살며 계엄군 또는 수사관으로부터 성폭행당한 이들은 군인·공무원으로부터 입은 손해를 국가가 최종적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고로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14명 중 13명의 피해 사실은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4년간의 조사 활동을 통해 진실로 밝혀졌고, 일부 내용은 국가보고서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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