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 서울 시내버스 멈추나…통상임금 판결에도 해결 난망

기사입력 2025-11-09 09:56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전국자동차노련 서울시버스노조가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 앞에서 연 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자동차노련 산하 버스 노조는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결렬될 경우 오는 28일 첫 차부터 전국 동시 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2025.5.26 ksm7976@yna.co.kr
노조, 수능 앞두고 파업 카드 만지작…여론 부담에 실행 어려울 듯

동아운수 소송 대법 갈 수도…市 "판결 따라 연 800억 부담 증가 예상"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통상임금이 쟁점인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6개월째 공전하고 있다.

당초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의 2심 결과가 나오면 진전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노사 어느 쪽도 100% 만족하지 못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수능을 앞두고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현실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나 분위기가 급변할 여지는 남아 있어 서울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노조, 수능 앞두고 파업 경고했지만 실행 어려울 듯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버스 전환업체(마을버스에서 시내버스로 전환한 업체) 3곳의 노조는 지난 7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의결했다.

전환업체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달 2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조정신청을 했다.

지노위 조정 기간은 오는 11일 밤 12시까지로, 이때까지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수능 하루 전인 12일 새벽 첫차부터 파업이 법적으로 가능하다.

전환업체가 아닌 기존의 61개 시내버스 업체는 이미 지난 5월 임단협 조정 무산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조는 오는 11일 지부장 총회를 열어 파업 여부와 파업 방식을 논의한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월 경고성으로 준법운행을 했으나 협상 결렬에도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았다. 2년 연속 파업에 돌입할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후로도 협상에 진전이 없자 다시 강경 모드로 나섰다.

노조는 최근 성명에서 "사업조합과 서울시가 노동조건 개선 요구사항을 계속 무시하며 성실히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면 12일부터 일반버스와 전환버스를 포함한 모든 서울 시내버스의 전면 운행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노조가 13일 수능을 앞둔 시점에 파업 가능성을 거론하긴 했으나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한차례 파업 예고를 뒤집은 데다 계속되는 임금 인상 요구로 여론이 좋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더 큰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내조 내부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경기도 버스노조는 2021년 수능을 앞두고 파업을 벌이겠다고 계획했다가 철회했고, 철도노조 역시 2007년 수능일 파업을 발표했다가 날짜를 그 이후로 변경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2023년 수능일을 피해 2차 파업을 벌이겠다고 수정해 발표한 바 있다.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서울시와 비상수송대책 마련을 논의 중이다.

사업조합은 호소문을 내고 "시내버스가 멈춰 선다면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수험생들과 가족들을 볼모로 한 압박을 멈추고 정상적인 대화와 합리적인 교섭을 통해 임단협을 마무리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 노사 모두 만족 못한 동아운수 판결…대법 상고 가나

당초 노사 안팎에서는 지난달 29일 나온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 2심 선고 결과가 협상 타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다만 노사는 판결문을 두고서도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해당 소송은 2015년 동아운수 버스 노동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시켜달라며 사측에 제기한 것이다.

1심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에 2심 재판부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노조 측 주장을 인정했다.

단, 통상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시간 수와 급여 계산 방식은 어느 한쪽의 손만을 들어주지 않았다.

사측은 209시간을 기준시간으로 하고 급여 산정은 실제 근로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노조는 176시간을 기준시간으로 하고 소정 근로시간(평일 기본근로시간 8시간+연장근로 1시간, 유급휴일, 주말근무)에 따라 급여를 산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기준시간 수는 노조 측의 176시간을 인정했으나 급여 산정은 사측이 주장한 실제 근로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노조가 청구한 비용 18억9천500여만원 중 44.5%인 8억4천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노조가 명분은 챙겼지만 정작 실리는 챙기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노사는 각자 판결 내용을 분석하며 대응 전략을 세우는 중으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사태는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 연간 800억 이상 재정 추가부담 전망에 시의회도 "우려"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사안과 관련해 우려와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 4일 열린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경기문 의원(국민의힘·강서6)은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판결 이후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건비 인상률과 시 재정 부담 규모에 관해 질의했다.

시는 "판결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면 약 8%의 인상 효과가 생겨 연간 800억원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노조 요구안을 100% 수용할 경우에는 연간 약 1천500억원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운수업체의 자구 노력을 위해 버스 광고 단가 인상, 정류소 관리사업 수공업 이관 등 수익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문성호 의원(국민의힘·서대문2)은 버스 준공영제의 재정적자 누적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누적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설 경우 서울시 신용도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버스업계에서는 재정 절약을 위한 자구 노력으로 승객수 증대를 위한 노선 개편, 연료비 절감을 위한 전기버스 투입 등의 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방법만으로는 대규모 재정 부담을 메우기 어려운 만큼 요금 인상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냐는 의견이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가 요금 인상을 할 때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앞둔 점을 고려하면 당장 현실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시내버스 요금이 마지막으로 오른 때는 2023년 8월로, 종전 1천200원에서 1천500원으로 300원 인상됐다. 이는 2015년 6월 150원 인상 후 8년 만이었다.

bryoo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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