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무엄하도다…'용변 테러'·'어좌 털썩'

기사입력 2025-11-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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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지난 8월 11일 서울 경복궁 광화문 석축에 남겨진 매직 낙서 흔적.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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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경복궁 근정전 어좌 착석 의혹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1.15 utzza@yna.co.kr
경복궁 중심건물이자 궁궐건축 정수로 평가되는 국보 제223호 근정전(勤政殿)의 어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른 곳도 아니고 경복궁에…"(유튜브 이용자 '옐로우***'),

"문화재 훼손으로 처벌받아야 한다."('use***'),

지난 12일 경복궁 북문(신무문) 돌담 아래 쭈그려 앉아 용변을 본 중국인 추정 남성에게 범칙금 5만원이 부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이 들끓어 올랐다.

대낮 서울 한복판 길거리에서 용변을 본 것도 충격적인데 다른 곳도 아닌 경복궁 돌담에서 그런 추태를 벌였다는 점, 행위자가 중국인으로 추정된다는 점, 또한 벌금이 5만원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 합쳐지면서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대한민국 역사의 상징적 장소이자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인 경복궁이 잇단 훼손·민폐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컬처의 인기에 '세계적 관광지'로 부상했지만, 높은 관심의 이면에서 수난사도 이어지면서 문화재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 "공공질서 위반 넘어 심각한 국가 모독에 해당"

경복궁은 최근 20개월 사이 무려 3차례 '낙서 테러'를 당했다.

2023년 12월 16일 10대 남녀가 경복궁 영추문 등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 공짜'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문구 등을 낙서하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그다음 날에는 20대 남성이 경복궁 영추문 좌측 담벼락에 붉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길이 3m·높이 1.8m로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을 낙서했다.

이어 지난 8월 24일에는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석축에 '국민과 세계인에 드리는 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낙서를 한 70대 남성이 체포됐다.

잇단 '낙서 테러'에 직장인 유동기(26) 씨는 "경복궁은 외국인에게 한국의 첫인상을 심어 주는 곳일 수 있다"며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 국가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SNS에는 "왜 경복궁을 못살게 구는 건지"(네이버 카페 이용자 '코**'), "보물에다 그러지 말고 본인 얼굴에다 낙서하세요"('누리**'), "강력한 금융 치료가 필요하다"(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aft***') 등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작년 10월 29일에는 베트남인 관광객 H씨가 몸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 경복궁 광화문 옆 돌담에 기대 고난도 요가 동작을 취하며 이를 촬영해 틱톡 등에 올리는 사건도 있었다.

이에 한국의 역사적 장소에서 레깅스를 입고 요가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그러다 급기야는 '용변 테러'까지 벌어지자 시민들은 아연실색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5) 씨는 "문화재에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며 "기본적인 판단력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고 혀를 찼다.

유튜브 이용자 'stj***'는 "경복궁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그런 의미의 궁궐에 저런 짓을 하다니 단순히 공공질서 위반을 넘어서 심각한 국가 모독에 해당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3년 9월 12일 평소 내부 출입이 제한되는 경복궁 근정전 안까지 들어갔고, 임금이 앉는 의자인 어좌(御座)에 앉았던 사실이 지난달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당시 김 여사와 동행했던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은 "(김 여사가) 설명을 한창 하고 있는데 계단을 오르더니 (어좌에) 털썩 앉았다"는 취지로 지난 13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1395년 창건한 조선의 법궁…격동의 역사 품다

경복궁은 수많은 격변과 시련을 온몸으로 견뎌온 한국 역사의 산증인이다.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경복궁은 1392년 조선 건국 후 1395년에 창건한 조선 왕조 최초의 궁궐이다. '경복'(景福)에는 '새 왕조가 큰 복을 누려 번영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경복궁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소실됐다가 270여년이 지난 1867년에 다시 지어졌다. 고종 대에 들어 건청궁과 태원전, 집옥재 등이 조성됐다.

청일전쟁의 발단이 된 일본군의 경복궁 기습(1894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1895년) 등 근대 격동의 한복판이기도 했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에는 전각이 대거 철거되고, 1926년 조선총독부 청사가 세워지며 경복궁 경관이 훼손됐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경복궁 복원 공사가 진행되면서 1995~1997년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했다.

이후 흥례문 일원, 침전 권역, 건청궁과 태원전, 광화문 등의 복원 공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기성세대에게는 학창 시절 소풍·사생대회의 장소로 기억되는 경복궁은 이제 외국인 관광객이 한복을 입고 찾아 인증샷을 남기는 세계적 명소가 됐다.

◇ "더욱 체계적인 교육과 에티켓 안내 필요"

경복궁의 수난과 관련해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14일 "궁장 외곽에 대한 낙서 및 오물 투기, 용변 행위 방지를 위해 주기적 자체 순찰 및 경찰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사적 등 지정문화유산에 글씨, 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며, 이를 어길 시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최근 경복궁 담벼락 낙서를 지우는 데는 3차례 총 1억6천여만원이 들었다.

'용변 테러'와 관련해서는 벌금을 크게 물리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등 관련 법규는 길, 공원 등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대소변을 보면 1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김 여사처럼 '어좌 털썩'을 하면 어떻게 될까.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근정전 어좌는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곳"이라면서도 "만약 일반인이 어좌에 앉는 경우가 발생해도 현장에서는 '앉지 말라'는 안내 조치만 하고 있으며, 별도의 범칙금 부과 등 처벌 규정은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101조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장의 공개 제한을 위반하여 출입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더욱 체계적인 사전 안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계성 경남대 여행항공관광학과 교수는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 논의도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유산 지키미'와 같은 해설·안내 인력이 규범을 전달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팸플릿이나 안내판 등 시각 자료와 병행하면 교육 효과가 커진다"며 "이처럼 사전 안내를 촘촘히 해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는 1차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경덕 성신여대 창의융합학부 교수는 "CCTV만으로는 관리·감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다국어 안내판을 충분히 설치하는 것과 함께, 특히 단체 관광의 경우 가이드가 기본적인 에티켓과 금지 행위를 사전에 설명해 주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문화재의 가치와 훼손 문제를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시민 의식을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aemo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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