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토론회서 "與 대법관 증원안은 '코트 패킹'" 신중론 제기

기사입력 2025-11-20 17:01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사법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정지웅 변호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0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화환이 놓여 있다. 2025.10.20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사법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에서 김정욱 변협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20 seephoto@yna.co.kr
변협·한국입법학회 '사법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서 우려 나와

변협 이사는 "위헌적 심리불속행 제도 폐지하고 대법관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안을 두고 행정부의 사법부 장악을 위한 '코트 패킹'(court packing·법원 채우기)이 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법조계 우려가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한국입법학회는 20일 오후 변협 세미나실에서 '사법제도 개편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사법개혁'과 관련해 법원과 헌법재판소, 학계, 언론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마련됐다.

토론자로 나선 이진 경희대 로스쿨 교수(전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는 대법관 증원을 뼈대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행정부가 대법관 12명을 추가 임명해 다수의견을 확보하는 구조로 '코트 패킹'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코트 패킹'의 정의를 "현행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현존하는 법원의 구성을 변경해 법정의견의 변경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1937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위한 개혁법안에 대한 대법원의 위헌입장 변경을 위해 대법관 증원을 추진한 것이 시초다.

이 교수는 행정부가 사법부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 국가기관 간 견제 기능이 약화하고 법원이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코트패킹의 문제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의 내재적 위험성으로 인해 조직변경의 동기와 취지를 불문하고 비판의 여지가 있다"며 "사법부 장악 위험을 방지하면서 필요한 조직개혁을 이행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병민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구체적 권리구제 확대'를 주된 취지로 하는 대법관 증원안에 경청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대법관 수의 급격한 증가는 대법원의 법률심 또는 정책법원의 기능을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부장판사 역시 "무엇보다 단기간에 걸친 대법관 수의 증가는 대법원에 대한 '코트 패킹', 즉 정치성 논란에 대한 오해를 피하기 어렵고,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하에서 재판 제도의 중심이 돼야 할 하급심 재판의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재판제도분과위원회 소속인 그는 "위원회 주최 토론 결과 이런 정치적 논란과 하급심 약화가 대법관 증원안에 대해 일선 법관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였다"고 짚었다.

박 부장판사는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개편안에 대해서는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헌법에 대법원장의 독자적 권한으로 '대법관 제청권'이 규정된 만큼 추천위가 그 고유의 제청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규범적 한계는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현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의 업무 과부하를 해소하고 부실한 업무성과를 보여주는 법관에 대한 자극이자 독려로 대법관 정원 확대나 법관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개편 방안이지만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법원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수를 급작스럽게 늘리는 식의 '코트 패킹'은 사법의 효율성·신속성 제고 등 외견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독해될 수밖에 없다"며 "당파적 목적을 위해 기존의 헌법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수반하는 것으로 충돌하는 정당들 간의 장기적인 '앙갚음'식 싸움의 망령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나선 변협 측 인사들은 대법관 증원과 후보추천위원회 개선안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다.

김주현 변호사(변협 제2정책이사·법무법인 슈가스퀘어)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파기환송이 대법관 증원론 촉발의 계기가 됐다는 일각의 견해를 두고 "사법개혁의 원인에 대한 몰이해를 야기하고 국민의 사법 불신에 대한 인식을 저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판결의 이유를 붙이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를 두고 위헌 시비가 지속되고 있다며 "재판에서의 법원의 이유 기재 의무는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위헌적 심리불속행 제도를 폐지하고, 이와 연계해 대법관 수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개선안을 놓고 "증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다양성 확보를 위한 시도로서 유의미하다"며 기존 후보 추천의 비밀주의 개선 효과를 기대했다.

김기영 변호사(변협 제2기획이사)는 법관 근무평정에 변협 법관평가를 반영하는 안에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약 10년간 축적된 법관평가 결과로 보면 우수 법관은 거의 모든 변호사가 최고점으로, 하위 법관은 거의 모든 변호사가 최하점으로 주는 등 일관성이 발견된다"며 "이는 변호사의 법관평가가 객관적이며 신뢰성이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병민 부장판사는 "사법 수요자이자 전문가로서 변협의 평가 결과가 갖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법관을 평가하는 변호사가 사건의 승패나 절차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갖게 되는 만족이나 불만에서 자유롭기는 어렵고, 대부분의 변호사가 무난한 평가를 하는 사정에 비춰 특별히 좋거나 나쁜 평가가 평가 결과 전체를 좌우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already@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