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열대야가 빈번히 나타나는 여름철에 수면장애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 불면증 환자가 다른 계절보다 10~15% 더 많다.
추운 날씨로 야외 활동이 감소하고 실내 난방으로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수면 환경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일조량 감소가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생체 리듬이 깨지고, 낮은 온도로 인한 근육 경직과 통증 역시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다. 난방으로 인한 호흡기 건조로 코골이가 심해지는 것도 불면을 유발한다.
불면 증상은 10명 중 3~5명이 생애 어느 시점에서든 겪을 만큼 흔한데, 최근 국내 관련 환자는 증가세다. 심평원 자료에서 지난해 수면장애로 건강보험 급여 진료를 받은 환자는 130만8383명으로, 2020년에 비해 26% 늘었다.
수면장애는 불면증, 수면 관련 호흡 장애, 과다 수면증 등 수면과 관련한 질환을 일컫는다. 특히 만성화된 불면은 우울증, 불안장애,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이고, 치매 위험도 3배까지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숙면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배경이다.
숙면이 건강한 일상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면서, 수면 관련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우선 숙면을 유도하는 기능성 침구류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베개 수요가 늘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리빙 카테고리 내 매출 1위 품목은 '베개'로, 기존 1위였던 가구를 제쳤다. 같은 기간 베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20만원대에 달하는 프리미엄 베개 비중이 확대되면서, 기능성 베개의 약진이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 역시 올해 1~7월 기준 기능성 베개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6% 증가했다.
베개는 숙면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목과 척추의 정렬, 호흡, 혈액순환과 직결되기 때문에, 적절한 높이와 재질의 베개를 선택하면 목 통증이나 수면 무호흡증 같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관련업계에서도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힌 다양한 기능성 베개 출시가 한창이다.
◇까사미아 기능성 베개. 사진제공=신세계까사
까사미아는 지난 17일 개별 수면 습관에 맞춰 선택 가능한 기능성 베개 라인업을 선보였다. ▲스마트 구스 베개 ▲비건 구스필 베개 ▲슬립 마스터 베개 ▲힐링 마스터 베개 등 총 4종으로, 수면 자세와 체형, 베개 높이와 지지력에 대한 취향 차이를 고려해 구조와 소재를 달리 설계했다. '스마트 구스 베개'는 머리가 닿는 부위별 하중을 고려해 4분할 구조로 설계하고, 구스 충전재의 비율을 구간별로 다르게 적용했다. '비건 구스필 베개'는 고급 폴리에스터 충전재로 폭신하면서도 탄탄한 지지력을 갖췄으며, 항균 기능성 원단을 적용했다. '슬립 마스터 베개'는 5분할 인체공학 구조로 측두부·경추·후두부 등 부위별로 높이와 지지력을 최적화해 설계했으며, 높이 조절 패드를 통해 개인 체형과 수면 습관에 맞게 베개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충격 흡수성과 힘의 분산성이 뛰어난 비드폼 충전재를 적용한 '힐링 마스터 베개'는 충전재 양을 조절함으로써 베개 높이와 지지감을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주가 올해 하반기 선보인 '분할 경추 베개' 역시 다양한 분할 절개선으로 베개의 높낮이를 차별화해, 잦은 뒤척임과 자세 변경에서도 편안한 숙면을 유도하도록 개발됐다.
◇'더필로 마사지 베개''. 사진제공=풀리오
풀리오에서 최근 출시한 '더필로 마사지 베개'는 '히든 마사지볼' 기술을 적용해, 마사지 완료시 마사지볼이 자동으로 베개 내부로 숨겨지도록 했다. 이를 통해 마사지 기능 사용 후에도 배김이나 이물감 없이 자연스럽게 수면을 취할 수 있어, 하나의 제품으로 마사지와 수면 두 가지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설명이다.
텐마인즈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중인 'AI 모션필로우'는 수면 중 코골이 소리를 인식해 베개의 높낮이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음향 센서가 코골이를 감지하면 내부 에어백이 천천히 부풀어 머리 각도를 부드럽게 바꾼다. 이를 통해 기도 공간을 확보해 코골이 완화에 도움을 준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맞춤형 침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다양한 수면 습관을 충족할 수 있는 기능성 베개들이 출시되고 있다"면서,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한 수면 모니터링이 보편화된 만큼, 숙면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의 검증이 깐깐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