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이후 신규 고객이 빠르게 늘면서 '탈팡'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던 컬리가 '암초'에 부딪혔다. 김슬아 대표의 남편인 넥스트키친 대표가 수습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
컬리가 이와 관련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핵심 고객층인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 움직임이 일고 있다.
넥스트키친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대표이사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피해 직원분께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회사는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독립적인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해 본 사안에 있어 피해자 보호를 포함한 회사의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진행하고,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대표이사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고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도록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컬리는 넥스트키친 및 정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다. 컬리 관계자는 정씨의 기소 사실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넥스트키친은 관계사일 뿐, 컬리와는 다른 회사"라며 말을 아꼈다. 26일 오전에도 "공식 입장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 넥스트키친은 지난 2019년 정 대표가 창업한 유기농 주스 제조·판매 기업인 콜린스그린과 컬리의 가정간편식(HMR) 공급사 센트럴키친의 합병으로 재탄생한 회사다. 당시 자회사였던 넥스트키친은 2022년 말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컬리 지분율이 57.8%에서 40%대로 희석되면서 관계사로 전환됐다.
10년만에 연간 흑자 기대·멤버십 가입 고객 급증 속 '대형 악재'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이 최근 컬리 실적 상승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컬리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컬리멤버스'의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94% 증가해 실적 개선의 청신호로 평가됐다. 모바일인덱스가 추정한 12월 컬리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449만명으로 1년만에 34%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문 건수 역시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했고, 총거래액(GMV) 기준 20% 넘는 성장세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한데 이어 4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호실적 시기에 불거진 이번 논란의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2년 상장예비심사까지 추진했던 컬리의 IPO(기업 공개) 재도전 기회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컬리 측은 "아직까지 IPO 재도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IB업계에서 컬리의 IPO 재도전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기대가 컸던 만큼, 이번 논란이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크다. 한국거래소(KRX) 상장예비심사 가이드라인에서 경영 투명성과 경영진의 도덕성이 질적 심사의 핵심 항목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수습 직원 강제추행…3040세대는 물론 20대 여성들도 '불매' 조짐
특히 컬리가 경쟁사들에 비해 여성 소비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컬리 멤버십 가입자 수는 2024년 말 기준 140만명으로, 이용자 중 30~50대 여성 비중이 가장 높다. 쿠팡, 네이버 쇼핑이 이용자 연령층 및 성별이 상대적으로 고른 편인 것과 대조적이다. 2024년 기준 코리안클릭·대신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컬리 이용자 성별 비중은 여성 약 74%, 남성 약 26%으로 집계됐다. 연령은 3040세대가 주 고객층이다. 40대가 30%로 가장 많았고, 30대 24%, 50대 21%, 20대(19~29세) 13% 순으로 나타났다. 성인지 감수성 등의 이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 특성이 크게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특히 20대 여성들의 '컬리 보이콧' 목소리가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절대적 인사권을 가진 정 대표의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성희롱성 발언' 대상이 수습 직원이었다는 점에서, 윤리적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여성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고 전했다.
김소형 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