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열차 차량 납품 지연 '다원시스' 사기혐의 고소…계약관리 책임론은 여전

기사입력 2026-01-28 08:14


'진퇴양난'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상황이 딱 이렇다. 최근 열차 차량 납품 지연과 관련해 안일한 대응 방식을 두고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국감에 이어 최근 대통령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자 사태 수습에 나선 상태다. 열차 차량 납품 계약을 맺은 다원시스를 사기혐의로 고소하고, 계약 해지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코레일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아 보인다. 납품 지연 상황에서도 추가로 계약을 진행했고, 퇴직 임원의 재취업 관련 의혹도 제기된 만큼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코레일은 현재 수장이 공석인 상태다. 한문희 전 코레일 사장은 지난해 8월 경상북도에서 발생한 철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최근엔 정정래 사장직무대행은 건강악화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부터 반년 가까이 이어진 사장 공백에 이어 대행의 대행 체제로 전환 된 만큼 다원시스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 해소와 함께 제대로 된 사태 수습을 위한 자구책 마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 14일 국토부 산하 기관 업무보고에서 열차 차량 납품 지연 사태를 빚은 국내 열차 차량 제작업체 다원시스를 사기죄로 고소하고, 일부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정래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은 "계약 해지 및 조속납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다원시스에 대해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하고, 2024년 4월 계약한 ITX-마음(EMU-150) 116량(2429억원)에 대한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다원시스의 납품 지연에도 정부가 열차 차량 계약금의 절반 이상을 이미 지급한 것을 두고 정부 기관들이 사기당한 것 같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다. 코레일은 ITX-마음 신규 차량 도입을 위해 2018년부터 다원시스와 총 3차례에 걸쳐 474량, 9149억원 규모의 열차 차량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1차 계약분 150량 가운데 30량(20%), 2차 계약분 208량 중 188량(90%)이 현재까지 납품되지 않아 미납률 61%를 기록 중이다. 1, 2차 계약의 납품 기한은 각각 2022년 12월, 2023년 11월이다. 3차 계약분(116량)은 차량 제작을 위한 사전 설계가 완료되지 않아 추가적인 납품 지연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코레일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법과 행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안으로 계약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후 관리 등 도의적인 책임론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코레일의 열차 차량 납품 지연 관련 문제가 제기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이런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2021년부터 다원시스의 납기 지연과 고장이 심각해져 다른 발주 기관들은 이미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고, 2022년부터 충분히 공유되고 있던 상황에서 왜 코레일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조사도 없이 계약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약 과정부터 그동안의 업무추진과정 자체가 정상을 일탈한 것 같다"며 "국토부가 코레일과 논의해 현황과 문제점을 보고하면 추가로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퇴직자 취업 문제도 제기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기존 사업과 3차 계약까지 합하면 국민 혈세 9100억원이 넘는 사업"이라며 "코레일 출신 인사 8명이 다원시스에 소속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질타하며 전관예우 의혹도 제기했다.

국토부는 코레일에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원시스의 선급금 목적 외 사용, 생산라인 증설 미이행, 필요 자재·부품 부족 등 계약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업무보고에서 "다원시스가 납품을 두 번이나 지연시키고도 3차 계약이 체결됐으며, 부품 고장까지 발생했다"며 "코레일이 중간에 충분히 조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안일한 대응을 지적했다. 김태병 국토부 철도국장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다원시스라는 기업 하나에 코레일 퇴직자가 너무 많이 가 있고, 자금 조달, 생산 인력 등 모든 부분이 제대로 체크되지 않으면서 추진된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코레일은 현재 다원시스의 열차 차량 납품 지연과 관련 대책과 향후 재발 방지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납품 지연 해소를 위한 '조속 납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내외부 회계사 13명을 포함해 34명의 전담인력으로 실사를 강화한다. 차량계약시 선금 비중을 최소 수준(30%)으로 낮추고 공정률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금을 지급하도록 계약 방식도 바꾼다. 퇴직자의 재취업이나 전관유착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향후 열차 차량 수요 증가에 대비한 차량 확보도 선제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한편 열차 차량 납품 지연을 빚은 다원시스의 박선순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열차 차량 납기 지연으로 국민 여러분과 철도 이용객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회사와 임직원을 대표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개인이 아닌 조직과 시스템이 중심이 돼 제작 정상화를 이끌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사재 출연을 포함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열차 차량 제작 정상화를 위해 지분 매각 등을 통해 410억원 가량의 재원 확보에 나선 상태다. 그는 "말이 아닌 결과로 책임을 이행하겠다는 각오로 전 임직원이 분골쇄신의 자세로 제작 정상화와 신뢰 회복에 매진할 것"이라며 "이번 사안을 엄중히 꾸짖어 주시되 현장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 온 임직원이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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