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유홍림 총장 "`AI 표준 교육과정` 거점국립대들과 공유"

기사입력 2026-02-01 08:23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총장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2.1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총장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2.1 yatoya@yna.co.kr

"인공지능(AI) 교육의 틀을 제시하고 거점국립대와 공유하려 합니다."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은 지난달 28일 개교 80주년을 맞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AI 커리큘럼 사이 균형을 잡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표준 교육과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 총장은 "서울대는 미술대학에서도 AI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체계화하면 표준화된 AI 커리큘럼이 될 수 있다"며 "워낙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커리큘럼도 계속 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대에 요구되는 대학 역할과 인재상도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은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며 "학생들은 그 속에서 자유롭게 잠재력을 스스로 계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AI 발전이 '의대 쏠림' 현상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그는 "의대 교수들도 로봇 수술이 대세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학생들 사이에서도 직업으로서의 의사에 대한 매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유 총장과의 일문일답.

-- 작년 대학가를 뒤흔든 AI 부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대도 최근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 가이드라인은 AI 활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규범이 아니다. 자율과 신뢰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접근과 윤리적인 활용을 돕기 위한 원칙을 제시하는 게 목적이다. 학생들은 이미 AI를 활용하고 있고 금지할 수도 없다.

-- 올해부터 모든 교직원에게 생성형 AI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캠퍼스 라이선스'를 도입한다.

▲ 학생들이 활용하는 데이터를 축적하면 핵심 원천기술부터 응용 기술까지 다양한 프롬프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 데이터를 통해 AI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지 설정해볼 수 있다.

-- 작년 말 로보틱스연구소를 만들었고 내년 3월을 목표로 AI 대학원 개원을 추진 중이다. 어떤 의미를 갖는가.

▲ 기술 발전은 한국의 성장 동력이었다. 이 부분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 국가적으로 12대 전략기술이 지정됐고, 서울대는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대가 종합대학으로서 가진 역량을 발휘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AI 분야에는 표준화된 커리큘럼이 없다. 서울대는 컴퓨터공학부터 언어학, 디자인학까지 AI 교육을 하고 있고 이 모든 것을 체계화하면 표준화된 AI 커리큘럼이 될 수 있다. 물론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커리큘럼도 거기에 맞춰서 진화해야 한다. 이런 틀을 우리가 제시하고 거점국립대와 공유할 계획이다.

-- AI 시대 대학의 역할과 요구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 AI가 지식을 빠르게 제공하는 시대에 대학은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사람'을 키우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대학은 플랜테이션 농장이 아닌 자연림이 돼야 한다. 정형화된 강의나 시험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서 학생이 직접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과학대 한 교수는 모든 수업 자료를 AI로 동영상으로 만들어 시청하게 하고 실제 강의 시간에는 토론을 하고 있다. 그렇게 지혜와 사유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티칭(teaching)보다는 러닝(learning)이 중요하다. 서울대는 국립대이기 때문에 공공성이 추가로 요구된다. 개인을 넘어 국가와 사회, 인류를 위해 뭔가를 해내는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는 것은 서울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 AI 시대를 맞아 과학 인재에 대한 수요가 커졌지만 '의대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 변화의 조짐이 있다. 의학 분야에서도 AI 교육을 받고 있고 의대 교수도 로봇 수술이 대세라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스타트업이나 창업 동아리가 관심의 중심에 있다. 미래를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학생들이고 이들 사이에서 직업으로서의 의사에 대한 매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조만간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

-- 창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위험을 줄이고 인센티브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서울대에서는 '동문창업 네트워크'를 통해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만들면 투자처를 연결한다. 또 3년 전 시작한 '그랜드 퀘스트'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개발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문제를 던지고, '가지 않은 길'로 나아가는 마인드 셋(mind set)이 대학에서부터 생겨야 한다. 양적인 지표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을 통해 성공한 경험도 실패한 과정도 축적하고 공유하면 교육·연구의 자산이 되고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될 것이다.

-- 정부 차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 거점국립대가 겪는 어려움이 있기에 인프라나 교육·연구 여건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 전체 차원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개별 대학이 아니라 대학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다. 똑같은 백화점이 10개 있을 이유는 없다. 지역에 맞는 특성화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연결돼야 한다. 예를 들어 바이오 분야 연구사업을 할 때 각 대학에 흩어져 있는 연구자를 연결해 컨소시엄을 통한 협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

-- 올해 국제처가 공식 출범하고 글로벌 대학으로 발돋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 다른 거점국립대와 공동 운영하는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전북대와 중국 상하이·선전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작년 34개 수준이던 국제 하계강좌를 두 배 이상으로 늘려 국제적인 학습 환경을 강화하고 다문화 교육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honk0216@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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