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강원 강릉시의 한 도심 숲에서 특별한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숲 인근에 사는 주민 김모(66)씨와 숲의 주인 청설모 '찌루'의 2년째 이어진 따뜻한 교감이 화제다.
김씨가 숲에 들어와 "찌루야∼, 이리 와"라고 다정하게 부르면 어디선가 청설모 한 마리가 잽싸게 내려와 경계심 없이 그의 곁으로 다가온다.
그가 호두가 든 손을 내밀자 두 손으로 호두를 입이 터질 듯 가득 물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귀엽다.
문화해설사로도 활동한 김씨는 2년 전부터 호두와 가래, 땅콩 등 청설모가 좋아하는 먹이를 챙겨 숲을 찾으면서 청설모 찌루와의 교감이 시작됐다.
김씨는 청설모에게 찌루라는 이름까지 붙여줬다.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나무 위로 숨어버리는 영리한 청설모지만, 김씨만큼은 가족처럼 여기는 모양새다.
이 숲에 사는 10마리의 청설모 가운데 유독 2마리가 김씨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숲에는 벤치가 곳곳에 있지만 김씨는 나무를 마주한 숲 맨바닥에 털썩 앉아 청설모가 자신에게 더 쉽게, 더 경계심 없이 가까이 다가올 수 있게 배려한다.
청설모가 가장 좋아하는 호두와 가래 등을 돌로 직접 깨서 쉽게 먹을 수 있게 하는 등 정성을 다한다.
호두와 가래 등을 말(18ℓ)로 사서 나올 때마다 조금씩 가져 나온다.
관광객들이 간혹 주는 빵 부스러기나 과자 등 가공 제품은 일절 주지 않는다.
김씨가 나타나는 시간에는 청설모는 김씨 주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가까이서 왔다 갔다 하며 먹이를 먹는다.
가끔 김씨가 불러도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며 잘 오지 않을 땐 섭섭한 듯 "찌루가 오늘은 배가 부른가?"라며 혼잣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청설모가 외래종이라는 오해가 많지만, 사실 한국 토착종"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계를 만들어 지켜온 이 소나무 숲에서 청설모와 교감하는 시간이 요즘 큰 즐거움의 하나"라며 미소 지었다.
물론 도심 속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따라서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 등 적절한 관계 유지가 필수적이다.
특히, 이 도심 숲은 과거부터 지역 주민들이 '계'를 조직해 소나무를 보호해 온 역사가 있어 김 씨의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먹이 주기를 넘어 '숲 사랑'의 실천으로도 평가받는다.
숲을 찾은 한 관광객은 "사람과 동물이 안전하게 공존하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아 휴대전화에 담았다"며 "관광지를 왔다가 덤으로 힐링을 얻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곧게 쭉쭉 뻗은 울창한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풍광이 매우 수려해 평소에도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심 속 작은 소나무 숲.
이곳 숲을 통해 지역 주민과 청설모가 우리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모두가 지켜야 할 풍경이다.
yoo21@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