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2025년 10월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1997∼2006년생) 시위는 물과 전기 부족 같은 생활 문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정부의 책임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정치적 행동으로 확장했다. 필자는 2026년 1월 현지 조사를 통해 마다가스카르 청년 운동을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구조적 불만이 세대 정치와 디지털 동원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변화를 이끈 사례라는 것을 확인했다. 나아가 마다가스카르 시위는 아프리카 청년 정치의 구조적 전환과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Z세대(Generation Z) 중심의 시위는 겉으로만 보면 물과 전기 부족, 생계 불안, 청년층의 일상적 좌절에서 비롯된 항의처럼 보인다. 실제로 시위의 출발점은 전력과 용수 문제 같은 생활 문제였다. 거리에서는 "우리는 정전에 지쳤다"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청년들은 물과 전기의 불안정이 더 이상 참을 만한 불편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시위는 생활고에 대한 즉각적 반응에 머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위의 의제는 부패, 정치적 책임성,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 시위는 단순한 민생 항의가 아니라, 누적된 구조적 불만이 세대 정치와 디지털 동원을 통해 정치적 행동으로 전환된 사례로 보아야 한다.
마다가스카르의 청년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단순히 가난해서가 아니다. 반복되는 정치 불안정, 낮은 제도적 신뢰, 취약한 경제 구조, 물과 전기 같은 기초 공공재의 불안정은 청년 세대에게 만성적인 박탈감과 무력감을 안겨 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자신의 현실을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해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학생 시위 관련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청년들은 반복되는 권력 재생산, 사회 정의의 부재, 부의 집중, 정부 정책 실패, 청년실업 등을 현재 체제의 구조적 한계로 인식했다. 그들에게 문제는 단순한 생활난이 아니었다. '왜 삶이 바뀌지 않는가', '왜 국가는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조차 외면하는가', '왜 청년들은 체제 안에서 미래를 발견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이 시위의 밑바탕에 놓여 있었다. 이번 운동은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체제에 대한 정치적 문제 제기였다.
때문에 이번 시위의 의미는 분노의 폭발 자체보다 정치적 변화에 있다. 청년들은 물과 전기 문제를 넘어 정치적 책임성을 요구했고, 형식적 민주주의만 존재할 뿐 실제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참여자들이 현 체제를 '블랙 민주주의'(black democracy)라고 표현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외형은 있으나 시민의 자유와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체제에 대한 비판이며, 동시에 더 나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생활의 위기는 정치의 위기로 번역된다. 시위 현장에서는 "라조엘리나(Andry Rajoelina), 퇴진하라"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 구호는 특정 지도자 개인에 대한 감정적 적대감을 표현한 것이 아니다. 시민의 삶을 방치한 권력 구조 전체에 대한 정치적 심판의 요구였다. 다시 말해 '우리는 정전에 지쳤다'는 생활 구호는 정권 책임을 묻는 정치 구호로 발전했다. 이 변화가 이번 운동의 핵심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 청년들이 자신들의 시위를 폭력적 충돌이 아니라 권리 요구와 시민적 연대의 행동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번 시위를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공동의 행동으로 이해했다. 이 인식은 현장의 구호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시위자들이 독립 광장인 아날라켈리(Analakely) 광장에 모여 "오늘 이 광장은 민주주의의 광장이 아니라 최루탄의 광장이다"라고 주장한 외침은 국가가 시민의 목소리에 응답하기보다 억압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이어 "우리는 무기가 아니라 종이를 들고 있다"는 구호는 이번 운동이 폭력이 아니라 표현과 참여의 권리를 요구하는 평화적 행동이라는 점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문장은 이번 시위의 성격을 압축한다. 그들은 파괴를 원한 것이 아니라, 말할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되찾고자 했다.
이처럼 시위 현장의 구호들은 이번 운동이 단순한 생활고 항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처음에는 물과 전기 부족에 대한 절박한 외침에서 출발했지만, 곧 정권 책임을 묻는 요구로, 다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민적 언어로 발전했다. 이 변화는 청년들이 일상적 고통을 넘어서 사회 전반의 구조적 기능 장애를 읽어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학생들과 청년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개인적 고통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그것을 공동의 언어로 바꾸어 거리와 온라인 공간에서 공유했다. 그 결과 생활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번역되었고, 불만은 조직된 집단행동으로 전환됐다. 이 지점에서 Z세대는 피해자나 방관자가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고 행동을 조직하는 정치적 주체로 등장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 운동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반이었다. 오늘날 아프리카 Z세대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활용해 책임성과 대표성을 요구하며 기존 정치 공간의 배타성에 도전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청년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불만을 공론화하며 행동을 조율하는 정치적 인프라가 됐다. 따라서 이들을 단순히 불안정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은 현실을 놓치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는 불안의 원인이 아니라 정치 변화의 동력이다. 그 점에서 이 운동은 한 나라의 예외적 소란이 아니라 아프리카 청년 정치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시위는 청년을 불안의 원인으로 보는 오래된 시각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게 만든다. 이들은 혼란을 부추기는 세대가 아니라, 구조적 불만을 정치적 언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집단적 요구와 민주주의적 상상력으로 전환하는 세대다. 학생들과 청년들이 외친 "우리는 정전에 지쳤다"와 "우리는 무기가 아니라 종이를 들고 있다"는 말은 이번 운동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파괴를 원한 것이 아니라 말할 권리, 바꿀 권리, 더 나은 사회를 요구할 권리를 되찾고자 했다. 바로 그 점에서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는 아프리카 정치의 다음 장을 예고하는 주변부의 군중이 아니다. 이미 정치 질서의 방향을 바꾸고 있는 중심 행위자들로 떠오르고 있으며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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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수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웨스트대 박사, 저서 '서아프리카 역사 이해' 등 45권 집필, 한국연구재단·한국국제협력단(KOICA)·문체부·외교부 등 각종 기관의 강의·연구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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