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아이 몸이 뜨끈해 감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하루 뒤 손바닥과 발바닥에 빨간 발진이 올라오고 밥도 못 먹더라고요."
최근 아이를 어린이집·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흔히 들리는 이야기다.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 영유아 건강에 '빨간불'을 켜는 대표 감염병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족구병(手足口病)'이다. 이름 그대로 손과 발, 입안에 물집이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해마다 6월에 환자 수가 급상승해 7~8월에 정점을 찍는다.
◇수족구병 환자 6~8월 84%…감기로 오인하기 쉬워
최근 영유아 수족구병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수족구병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4.3명으로 한 달 전보다 약 5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0~6세 영유아에서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또한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수족구병 환자는 연간 총 39만 1376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약 84%에 해당하는 32만 7570명이 6~8월 사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집단생활 공간을 중심으로 감염이 빠르게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성 교수는 "전염성이 강해 한 아이가 걸리면 다른 아이들도 쉽게 걸릴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수족구병은 흔히 '열나는 감기'와 비슷하게 시작된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고, 평소보다 보채거나 밥을 잘 먹지 않는다. 목이 아프다고 하거나 침을 많이 흘리는 경우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단순 감기나 편도염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하루 이틀 뒤 손바닥, 발바닥, 입안 점막이나 혀, 잇몸 등에 작은 물집(수포성 발진)이 생긴다면 수족구병을 의심해야 한다.
◇대부분 자연 회복되지만 일부는 치명적…탈수 주의
원인은 대부분 장바이러스 계열인 콕사키바이러스와 엔테로바이러스다.
주로 감염자의 침, 콧물, 기침 비말은 물론 대변을 통해서 전파된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함께 쓰고 손을 입에 넣는 일이 많은 어린이집·유치원 환경에서는 전염력이 특히 강하다. 감염 초기 며칠간 전파력이 가장 높고,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수주 간 대변으로 바이러스가 배출될 수 있다.
다행히 대부분의 수족구병은 심하지 않다. 열이 내리고 물집이 가라앉으면서 7~10일 안에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일부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합병증이다.
특히 엔테로바이러스71에 의한 수족구병은 비교적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고열이 지속되거나 아이가 축 처지고, 반복적인 구토·심한 두통·호흡곤란·경련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 감기로 넘겨선 안 된다. 드물지만 뇌수막염, 뇌간뇌염, 급성이완성 마비, 폐부종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족구병에서 가장 흔한 응급 상황은 탈수다.
입안 물집 때문에 통증이 심해 물조차 마시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민성 교수는 "아이가 잘 먹지 못하고 8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는 경우 탈수를 의심하고, 열이 심하면서 머리나 배를 아파하고 토하거나 처지는 경우에는 뇌수막염이나 심근염 등을 의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방 백신·치료제 없어 '생활 속 위생' 중요
아이가 수족구병에 걸렸다면 치료의 핵심은 '잘 먹이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다. 맵고 짠 음식, 뜨거운 국물처럼 입안을 자극하는 음식은 피하고 차갑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이는 것이 좋다. 미음, 요구르트, 푸딩, 차가운 죽, 과일 퓌레 등이 도움이 된다. 설사가 심하지 않다면 아이스크림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해열제는 고열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무리하게 여러 종류의 약을 섞어 먹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부모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는 "언제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도 되느냐"이다.
열이 완전히 내리고 입안 물집이 호전될 때까지는 등원·등교를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증상이 나타난 어른의 경우도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게 권장된다.
아쉽게도 수족구병은 아직 예방 백신이나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결국 최선의 방어는 '생활 속 위생'이다. 외출 후와 식사 전후, 기저귀 교체 전후에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 습관이 기본이다. 장난감과 놀이기구, 문 손잡이 등 아이 손이 자주 닿는 물건은 자주 소독해야 한다. 자녀들끼리 컵이나 수건을 함께 쓰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작은 물집 하나가 여름철 집단감염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위생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수족구병 예방 4대 수칙
-꼼꼼한 손 씻기 :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올바른 기침 예절 : 휴지나 옷소매 위쪽으로 입과 코 가리기
-철저한 환경 관리 : 장난감, 놀이기구, 집기, 문 손잡이 등 소독하고 환자 배설물 묻은 옷 철저히 세탁
-증상 의심 땐 바로 진료받고 자가 격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