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배변 후 휴지에 묻은 선홍색 피. 대부분은 '치질인가 보다' 하고 지나치지만, 반복되는 항문 출혈과 통증은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증상이 점점 심해지거나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단순 치질이 아닌 다른 항문 질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항문암은 소화관의 가장 끝부분인 항문 부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대장암·직장암과는 발생 위치, 세포 종류, 치료 방법이 다른 별개의 질환이다. 가장 흔한 형태는 편평상피세포암이며, 선암이나 악성 흑색종도 발생할 수 있다.
중앙암등록본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항문암 신규 환자는 2011년 256명에서 2020년 325명으로 약 27% 증가했다. 환자 수 자체는 연간 300명 안팎으로 드문 암에 속하지만, 출혈과 통증을 단순 치질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항문암, 특히 편평상피세포암의 상당수는 인유두종바이러스 (HPV) 감염과 관련이 있으며, HPV 16형과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 면역억제 상태, 흡연, 자궁경부암·질암·외음부암 병력 등이 항문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래 지속되는 치루와 같은 만성 염증성 항문질환도 드물게 관련될 수 있다. 반면 치질은 항문암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문암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게 나타나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다.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 출혈이며, 항문 통증·가려움·이물감·종괴감이 동반될 수 있다. 병이 진행되면 배변 습관 변화, 변이 가늘어지는 증상, 잔변감, 치유되지 않는 궤양, 사타구니 림프절 비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만으로는 치질과 구분이 어려우므로, 증상이 지속되거나 치료 후에도 호전이 없다면 반드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항문암 진단은 직장수지검사에서 시작해 항문경·직장경·대장내시경을 통한 병변 확인과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이후 CT·MRI·PET 검사를 통해 병기와 전이 여부를 평가한다. 항문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편평상피세포암에서는 현재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항암방사선치료가 표준 치료로 자리잡고 있다.
HPV 예방접종, 안전한 성생활, 금연이 항문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오래 지속되는 치루와 같은 만성 염증성 항문 질환을 조기에 치료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치료 후에는 충분한 영양 섭취와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고,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항문 부위 청결 관리나 좌욕 등을 병행하면 회복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임벼리 교수는 "항문 출혈이나 통증은 흔히 치질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반드시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항문암은 비교적 드문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할 경우 항문 기능을 보존하면서 치료할 가능성이 높고, 치료 성적도 좋은 만큼 몸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