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커피의 맛은 원두나 추출 방식뿐 아니라 컵을 손으로 만졌을 때 느껴지는 촉감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컵 표면의 거칠기만 달라져도 같은 커피를 더 시거나 덜 시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주오대학교 연구팀은 컵을 감싸는 슬리브의 촉감이 커피의 신맛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다감각 연구(Multisensory Research)에 게재했다.
그동안 컵이나 잔의 색상, 형태, 재질 등이 음료의 맛 평가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꾸준히 보고돼 왔다. 하지만 손으로 느끼는 촉감 자체가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표면이 거친 사포 재질 슬리브와 매끄러운 크라프트지 슬리브 두 종류를 제작했다. 두 슬리브는 각각 섭씨 68도의 블랙커피가 담긴 동일한 컵에 씌워졌으며, 실험 참가자 92명은 눈을 가린 상태에서 두 컵의 커피를 차례대로 마셨다.
실험 결과, 먼저 거친 슬리브를 만진 뒤 매끄러운 슬리브가 씌워진 컵으로 커피를 마신 참가자들은 신맛이 덜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매끄러운 슬리브를 만지고 이후 거친 슬리브가 씌워진 컵으로 커피를 마신 참가자들은 신맛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사람들의 인지 과정에서 거친 촉감은 '강한 산미', 매끄러운 촉감은 '부드러운 산미'와 무의식적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거친 표면을 만진 뒤 매끄러운 표면을 접하면 '부드러운 산미'라는 인식이 형성되는 동시에 반복 시음으로 신맛을 덜 느끼는 감각 적응 효과까지 더해져 실제보다 산미가 약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반대로 매끄러운 촉감을 먼저 경험한 뒤 거친 촉감을 접한 경우에는 거친 표면이 주는 '강한 산미' 이미지가 감각 적응 효과를 상쇄해 신맛이 줄어든 것으로 인식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주오대학교 심리학과 아리가 아쓰노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인의 취향에 맞는 컵이나 슬리브를 선택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신만의 컵이나 슬리브를 사용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환경 보호를 위한 친환경 소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