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겨울철에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 낙상은 여름철에도 노년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고다. 장마로 미끄러워진 노면과 슬리퍼 착용, 폭염에 따른 탈수와 어지럼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작은 부주의만으로도 골절이나 장기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예방이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 '2024년 고령자 위해정보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65세 이상 고령자 낙상사고는 1만1866건으로 2020년 3721건 대비 약 219% 증가했다. 계절별로는 여름철 낙상 사고가 4817건으로 가장 많았고, 겨울(2822건), 봄(2147건), 가을(2080건)이 뒤를 이었다.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서동현 원장은 "탈수와 혈압 저하, 장마철 젖은 바닥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여름철 낙상의 원인이 된다"며 "고령층은 근력과 균형 감각, 순간 반응속도가 떨어져 한 번 중심을 잃으면 골절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탈수·혈압 저하·젖은 바닥, 여름철 낙상 원인
여름철 낙상은 장마철 젖은 바닥을 주의해야 한다. 비에 젖은 보도블록과 지하철 계단, 건물 출입구, 물기 밴 현관 바닥은 그 자체로 미끄럼 사고의 원인이 된다. 여기에 밑창이 닳은 신발이나 발뒤꿈치를 잡아주지 않는 슬리퍼를 신으면 더 위험하다. 우천 상황에서는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균형을 잡는 데 더욱 불리하고 시야가 좁아져 위험을 더 키운다.
폭염에 따른 탈수도 낙상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다. 땀 배출이 늘면 체내 수분과 혈액량이 줄고, 갑자기 일어설 때 혈압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다리에 힘이 풀리면 몸을 지탱할 틈도 없이 넘어질 위험이 커진다. 특히 이뇨제, 혈압약, 안정제 등을 복용 중인 고령자는 탈수 상태에서 어지럼이나 혈압 변동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무더위로 식욕과 활동량이 줄어 하체 근력이 약해지면 균형 감각과 보행 안정성이 떨어진다.
과도한 냉방과 큰 실내·외 온도차도 주의해야 한다. 냉방이 강한 실내에 오래 머물다가 더운 외부로 나가거나, 땀을 흘린 상태에서 차가운 실내로 들어오면 몸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피부 혈관의 수축·확장, 심박수와 혈압을 조절한다. 하지만 고령자는 자율신경계 반응과 혈압 조절 능력이 젊은 층보다 떨어져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두통이나 어지럼, 피로감이 생기면 짧은 순간에도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 있다.
◇노인 낙상, 골절 위험 커…미끄럼 방지 신발 신어야
노인 낙상은 단순한 타박상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령자는 근력과 반사신경이 떨어져 낙상으로 손목 골절, 척추 압박골절, 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수술 후 침상 생활 기간이 길어지면서 폐렴, 혈전, 근감소 등 2차 합병증을 부를 수 있고, 보행 능력 저하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위험도 크다. 한 번 넘어진 뒤 외출과 운동을 줄이면 하지 근력이 더 약해져 재낙상 위험이 커지는 악순환도 생긴다.
여름철 낙상 예방을 위해서는 탈수와 기립성 저혈압부터 관리해야 한다. 갈증을 느끼기 전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고, 과도한 카페인 음료와 알코올은 탈수를 부추길 수 있어 줄이는 것이 좋다. 누워 있거나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는 곧바로 서지 말고, 침대 끝이나 의자에 잠시 걸터앉아 몸이 자세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준 뒤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이뇨제나 혈압강하제를 복용 중인 고령자라면 여름철 어지럼이나 무기력감이 반복될 때 복용 시간이나 용량 조절이 필요한지 담당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장마철에는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신발을 신고, 현관과 계단, 화장실 바닥에 물기가 남지 않도록 바로 닦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산 대신 양손이 자유로운 우비를 활용하면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냉방 환경에서는 실내외 온도차를 5℃ 이내로 유지하고, 2~4시간마다 환기해 체온·혈압 조절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더운 낮 시간대 외출은 가급적 피하고,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그늘을 이용해 체온 상승을 막아야 한다.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서동현 원장은 "근본적인 낙상 예방을 위해서는 하체 근력과 균형 감각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며 "걷기와 함께 의자에서 일어나기, 발뒤꿈치 들기, 한 발 서기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면 체중을 지탱하는 다리 힘과 자세를 바로잡는 균형 능력이 좋아져 보행 안정성을 높이고 낙상과 골절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