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빈(24·강원도청)은 8년 전부터 세계 정상을 지키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를 보며 스켈레톤을 시작했다. '롤모델', '우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스켈레톤계에선 독보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2009~2010시즌부터 8시즌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독재자'였다.
2014~2015시즌 처음으로 1부 리그 격인 월드컵 무대에 나섰을 때만해도 두쿠르스와 윤성빈은 마치 대학생과 초등학생 수준차를 보였다. 윤성빈은 월드컵 2차 대호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5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두쿠르스를 따라가기 바빴다.
하지만 초라하게 퇴장하던 두쿠르스를 지켜본 윤성빈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착잡했다. 윤성빈은 21일 "금메달을 따고 많은 분들께 감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쿠르스를 생각하면 마냥 기쁜 마음은 아니었다. 당연히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두쿠르스가 하나의 메달은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두쿠르스가) 대기실에서 망연자실 하는 모습을 봤다. 우상이 (내 눈 앞에) 그렇게 있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가 축하해 주려고 대기실까지 찾아왔다. 당연히 좋았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찾아가서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 워낙 대인이더라. '이 상황을 즐겨라'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
두쿠르스도 세계선수권 5차례 우승과 1차례 준우승을 했지만 두 차례 올림픽에서 나란히 은메달에 그치면서 올림픽-세계선수권 동시 석권을 이루지 못했다. 우상도 이루지 못한 두마리 토끼 사냥. 윤성빈이 해내면 세계 최초다.
금메달을 딴 뒤 4일간 정신 없는 스케줄 속에서도 짬짬이 잠을 청한 윤성빈의 장기 목표는 오래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일단 10년이 목표다. 그는 "당연히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싶다. 관리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관리를 잘해왔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 종목 자체가 관리만 잘하면 오래할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향후 10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