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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최연소'로 출전했었는데,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때는 '최고령' 출전할 것같다."
'박태환(29·인천시청)의 아버지' 박인호 팀GMP 대표가 28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8 국제대회 수영 국가대표 선발대회 자유형 100m 경기 직후 허허 웃으며 말했다. 열 살 남짓하던 아들이 서른이 다 된 그 세월동안 아버지는 대회 때마다 수영장 관중석을 나무처럼 지켰다. "선발전에 온 어린 선수들 부모님을 보면 우리 태환이 어릴 때가 생각난다"고 했다. 50대 초반이던 아버지도 어느새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이날 자유형 100m는 격전지였다. 첫 50m 구간을 2위로 통과한 박태환은 마지막 50~100m구간에서 동료들을 따돌리고 49초27, 1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자유형 400m에 이어 자유형 100m에서도 적수가 없었다.가볍게 아시안게임 티켓을 따냈다.
이번 선발전은 박태환의 올시즌 첫 실전무대다. 박태환은 지난해 전국체전 직후 오랜 선수생활로 인해 찾아온 어깨와 목의 고질적인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선수생활 처음으로 수영을 내려놓고 한달 넘게 쉬었다. 연말연시를 훈련없이 한국 집에서 보낸 것도 처음이었다. 아시안게임 시즌 출발이 다소 늦었다. 지구력, 유산소 운동 중심으로 몸을 만드는 과정 중에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섰다. 페이스, 스피드 훈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전감각을 테스트해보는 의미도 있다. "지난 두 달간 시드니에서 훈련하면서 지구력 훈련을 많이 했고, 스피드 훈련은 거의 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주종목인 200-400m 중심으로 하겠지만, 200m 역시 단거리이기 때문에 스피드 훈련을 좀더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나이 서른의 박태환은 스스로를 거침없이 '노장'이라 칭한다. 나이와 세월을 회피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저 괜찮아요'라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금방 탄로 난다. 내가 실제로 느끼는 부분이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연령의 모든 종목 운동선수라면 다 느낀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빨리 인정하고 빨리 보강해야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또렷이 말했다. "4년전 아시안게임 때는 스물여섯살이었지만, 지금은 노장에 가까운 나이다. 나이를 극복할 수 있는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보강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깨나 목을 강화하는 운동을 많이 한다. 강화하면 충분히 된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그의 시선은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향해 있다. 모든 감각과 모든 기록을 8월의 시계에 맞춰 놓았다. "선발전이나 비시즌 기록이 예전처럼 좋지 않지만 이런 시합에서 좋은 기록을 내려면 체력이 떨어진다. 그런 것을 모두 감안해서 준비하고 있다. 체력을 잘 끌어올려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작년 세계선수권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제몫"이라며 눈을 빛냈다.
열일곱 살의 풋풋한 수영천재 박태환은 매력적이었지만, 세월의 풍파를 헤치고 한결같이 물살을 가르는 스물아홉의 박태환에게는 감동이 있다. '타고난 수영 천재' 이상의 '비범한 노력파'다. 세월을 거스르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자 "제 나이에 1500m를 뛰는 걸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미소 지었다. 거기서 멈춰 있지 않았다. "그걸 100% 인정받기 위해서는 좋은 기록을 내야 하는 것이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유형 400m, 100m 1위에 오른 박태환은 29일 자유형 200m, 30일 자유형 1500m에서 생애 4번째 아시안게임 출전권에 도전한다.
광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