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도쿄 50m풀 18개' 1000만 서울엔 100회 체전 치를 수영장이 없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1-25 05:20


자료출처=서울특별시 전국체전기획과

2019년 제100회 서울전국체전 수영경기가 결국 서울에서 열리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2017년부터 꾸준히 제기된 100회 체전 수영장 문제는 햇수로 3년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시 전국체전기획과가 김소영 서울시 의원(바른미래당, 1986서울아시안게임 체조 국가대표)측에 제출한 자료에는 '제100회 전국체전 수영 경기장으로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이 선정됐다'고 명시됐다.

지난 10년간 '마린보이' 박태환이 훈련 풀이 없어 매년 호주로 자비 전훈을 떠나고, 몇 안되는 수영장 레인을 놓고 선수들이 피 튀기는 추첨 전쟁을 펼쳐왔다. 그렇다쳐도 광주세계수영선수권이 열리는 대한민국의 수도, 인구 1000만의 서울에 전국체전 및 국제경기 규모의 수영장 하나 없다는 사실은 새삼 충격이다.

서울시는 '전국체전을 개최할 수 있는 서울 소재 시설은 올림픽수영장과 잠실 제1수영장 단 2개뿐이나, 경기장으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유도 명시했다. '올림픽수영장은 수영장 소유 관리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한국체육산업개발)이 대관을 거부하고 있다. 개보수 기간, 대회 기간 이용 불가에 대한 회원 민원 발생 우려 및 영업손실 발생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고 전했다. 1980년 준공된 잠실 제1수영장은 노후도 문제지만, 스포츠콤플렉스 시설로 전환하기 위한 전면 철거가 계획돼 있다.


자료출처=서울시수영연맹
100회 체전을 염두에 두고 2017년 하반기부터 대한수영연맹, 서울시수영연맹, 서울시체육회는 지속적으로 올림픽수영장의 개보수를 희망하고 요청해왔다. 서울에서 열리는 100회 체전,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지인 올림픽수영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상징성에도 주목했다. 그러나 올림픽수영장을 대관, 관리를 전담하는 한국체육산업개발측은 공사기간 수영장을 이용하는 회원들의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 기관의 수장은 '아시아의 인어' 뉴델리아시안게임 수영 3관왕 출신 최윤희 대표다. 서울시수영연맹은 기존 시설을 최소비용으로 개보수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광판 및 경영 시설을 개보수하는데 20억~25억원, 수구 다이빙 시설 포함 최대 33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전북전국체전 당시 전주완산수영장을 약 51억 원을 들여 개보수하고, 2014년 세계군인올림픽 당시 김천실내수영장, 2015년 제주체전 당시 제주실내수영장에 약 80억원을 들여 개보수한 사례를 들었다. 체전을 앞두고 개보수 비용으로 40억원의 서울시 예산도 확보한 상황, 김지용 대한수영연맹 회장까지 직접 최 대표를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섰지만 좀처럼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체육산업개발측이 제시한 자료에서 리모델링 공사비는 총 171억7000만원에 달한다. 노후 경기운영 시설 공사에 63억 원, 기계-전기설비 공사에 19억 원, 공사기간 손실비용으로 89억7000만 원을 책정했다. 수영계 관계자는 "수영연맹과 산업개발측의 견적 차이가 너무 크다. 2017년 11월 공단이 최초 산정한 금액은 30억원 정도였는데 견적이 껑충 뛰었다. 공사기간 손실금액 89억원의 근거도 알 수 없다. 결국 함께할 의지가 없다는 이야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수영인은 "100회를 맞는 전국체전이고, 광주세계수영선수권을 개최하는 나라의 수도 서울에 국제경기 규격의 수영장 하나 없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라고 개탄했다. "육상과 함께 기초종목인 수영을 타시도에서 치르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천문학박태환수영장의 경우 이동시간만 3시간 이상이 걸린다. 선수들의 컨디셔닝 및 효율적인 대회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수영장을 리모델링할 경우 당장 2~3개월은 사용이 어렵지만 대회 이후에는 결국 생활체육인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향후 동호인대회, 마스터스 대회도 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타시도도 체전을 앞두고 개보수를 통해 시설 개선을 했다. 왜 서울시민들만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생활체육도, 엘리트체육도 기본은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다. 정부가 장애인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향후 5년간 매년 30개의 반다비체육관을 건립하기로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설이 부족하면 부당한 이권이 형성되고 이는 권력화된다. 고양, 의정부, 성남 등 빙상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파벌처럼, 수영 역시 레인을 둘러싼 이권 다툼과 부조리가 존재해왔다. '수영강국' 일본의 경우 전체 초등학교의 82.3%가 수영장을 보유하고 있고, 도쿄 시내에만 타츠미국제수영장, 도쿄체육관, 호세이대, 추오대 등 국제공인 규격의 50m 풀이 무려 18개나 있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상생, 스포츠 선진국은 그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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