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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3년 전인 2018년 3월 9일 평창동계패럴림픽이 개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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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4일 통과한 조례에 제정된 공식명칭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기념관'. 그러나 박물관 현판은 'POM''평창올림픽기념관'으로 새겨졌다. '패럴림픽' 글자가 사라졌다.
과정은 이렇다. 2019년 3월 27일 기념관 구성, 운영, 계획을 수립할, 강원도 예술, 문화 인사 중심의 자문위원회가 꾸려졌다. 7월 1일 첫 자문위원회가 열렸고, 기념관의 약칭은 '올림픽'이라는 문구를 넣어 심플하고 간결하게 표현하기로 했다. 2019년 7월 26일~8월 2일, 도청 직원들이 명칭 관련 설문에 참여했다. 그 결과 한글 약칭 '평창올림픽기념관', 영어 약칭 'POM(Pyeongchang Olympic Museum)'이 결정됐다. '심플하고 간결하게' 가다 보니 '패럴림픽'이 빠졌다. 공간의 제약이 없는 홈페이지마저도 '패럴림픽'이라는 타이틀은 찾아볼 수 없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항목 아래 부속품처럼 '패럴림픽'이 달려 있다.
9일 장애인체육 관계자는 "'평창올림픽기념관'이라는 명칭은 평창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우리 사회에 여전한 장애인, 장애인체육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동등하다. 패럴림픽은 올림픽에 포함되는 개념이 아니며, 올림픽이 패럴림픽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달 7일 국무총리가 참석한 기념관 개관식을 보고서야 '패럴림픽'이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명칭 결재 과정에서 강원도 ,정부 관계자 누구도 이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평창의 성공을 함께 이끈 장애인 체육인들의 땀은 어디로 갔나"라고 반문했다. "지금이라도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기념관' 혹은 2018평창기념재단처럼 '2018평창(평창2018)기념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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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평창에서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는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못지않게 인기가 폭발했다. 패럴림픽 레거시로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반다비체육관 150개도 건립중이고, 250만 장애인을 위한 체육 예산(2021년 790억원)도 매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평창기념재단은 패럴림픽 3주년을 기념해 9~11일 '평창장애포럼'을 개최중이다. 국내외 인사들이 '장애포괄적 사회 발전(Disability-Inclusive Development)'을 주제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역설한다.
'예전과는 다르다, 많이 달라졌다' 생각했는데 '다시 제자리'일 때의 실망감과 열패감은 당혹스럽다.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세상, 더디 가도 함께 가는 세상을 믿고 꿈꾸던 이들에게 '패럴림픽'을 '심플하게' 싹둑 잘라낸, '시대역행적' 용감한 네이밍이 더 불가해한 이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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