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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진흥, 차기정부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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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현재 우리 학교체육은 지속적인 운동부 해체, 학생선수 감소에 이어 코로나19 세계적 확산이라는 악재까지 덮쳐 일반학생의 체육활동마저 심각하게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한 후 "그 어느 때보다 학교체육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때 이번 포럼을 통해 학교체육이 새롭게 나아갈 길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세우고 차기정부에 좋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뜻깊은 토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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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제공=대한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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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함께한 문체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은 '학생선수 주중 출전, 훈련 제한' 문제에 대해 큰 관심과 함께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6월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학생선수들의 주중 대회 참가에 대해 학습권 침해 행위로 규정했고, 교육부는 혁신위 권고에 따라 내년부터 학생선수의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초등학교 0일, 중학교 10일, 고등학교 20일로 축소할 방침이다. '우생순 핸드볼 영웅' 출신 임오경 의원은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돋보인 건 Z세대의 반란이었다. 양궁 김제덕 선수의 '코리아 파이팅!'을 잊지 못한다"면서 "그럼에도 Z세대 체육의 근간이 붕괴되고 있다. 경기도에선 지난 4년간 연평균 50개씩 학교운동부가 사라졌다. 나무가 잘 자라도록 정성을 들여 가꿔야 하는데 가꿀 '꿈나무'가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꿈나무에 정성을 쏟지 않으면 전문체육 생태계는 무너진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대회 허용일수마저 대폭 축소할 예정으로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영상제공=대한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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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제공=대한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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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럼은 조남기 숙명여대 교수의 사회에 따라 4개의 주제로 진행됐다. 천항욱 배명고 교사가 '국민행복의 첫걸음, 학교체육 회복으로'라는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섰다. 20년간 학교 현장에서 체육교사로 일해온 천 교사의 발제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대한민국 헌법 34조 1항으로 시작됐다. 중고생 10명 중 3명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OECD 주요국가중 꼴찌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10대 자살률은 2017년 4.9명, 2018년 5.8명, 2019년 5.9명으로 증가일로라는 통계를 인용했다. 주당 150분의 고등학교 체육수업 권장시간을 채우는 학교는 4곳 중 1곳에 불과하며 운동부족 학생비율이 94.2% 세계 최고인 현실을 직시하며 천 교사는 차기 정부에 "현행법규상 확보된 체육수업시수 그대로 학생들이 온전히 참여할 수 있는 정책 수립, 여러 층위의 학생스포츠대회 개최, 스포츠문화 입문을 위한 학교체육시설 확충, 학생스포츠선수를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 개설"을 요구했다. "스포츠선수들까지 잔인하기 그지 없는 입시의 굴레에 가두려는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스포츠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안목, 기능,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스포츠 중심 교육과정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천 교사는 "체육수업의 비정상적 운영과 방치는 지난 정부들의 심각한 직무유기"라면서 "입시제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체육수업의 회복을 시작으로 교육개혁의 원년을 시작하길 바란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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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학교체육시설의 수요, 공급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맞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학생들이 시설에 만족하는지 학교 스포츠클럽, 운동부 활동에 적정한지에 대한 총괄적 진단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학교체육을 위한 한정된 공간을 생활체육, 지역사회와 공유하려면, 시설의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다양한 시설을 조성하고 공간을 새로이 설계해야 함"도 더불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집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높다. 삶을 지탱해주는 공간이 집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학교는 집이다. 이 공간을 통해 아이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아이들에게 좋은 집을 만들어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이 중요한 일을 차기 정부에서 꼭 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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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세훈 경향신문 기자가 '제도권 밖으로 내몰려 보호받지 못하는 학생선수, 교육부가 바라는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했다. 최근 체육계의 핫이슈인 '학생선수 주중 대회, 훈련 참가 허용일수 제한' 정책을 다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안무가 질리언 린의 이야기로 입을 열었다. "어린 시절 주의력이 산만하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린을 부모가 병원에 데리고 갔다. 의사가 자리를 비우고 음악을 틀자 린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의사는 말했다. '린은 아픈 게 아니라, 타고난 댄서입니다'." 김 기자는 "린에게 약물 처방을 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세계 최고의 안무가는 평범하고 불행한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기자는 교육부의 학생선수 주중 출전 제한과 관련해 "학교 밖으로 내모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골프협회에 등록된 고교선수 837명 중 264명이 방송통신고에 다니고 있으며 '탁구신동' 신유빈은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실업팀에 입단했다"고 소개한 후 "지금 학교가, 우리 교육이 이 아이들의 꿈을 다 담아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20~30년 후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도 모를 아이들에게 이런 식의 획일적인 교육을 강요하는 것이 맞을까. 예전엔 학교가 사회보다 앞섰다면 지금은 사회가 학교보다 앞선 세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 기자는 "학습권, 운동권보다 '자아실현 욕구'라는 용어를 쓰고 싶다. 공부하는 아이도, 운동하는 아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 된다"면서 미래 사회의 생존법으로 음악, 미술, 체육 교육을 강조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미래 일자리의 절반 이상을 기계가 차지한다. 우리 아이들은 사람이 아닌 기계와 경쟁해야 한다. 기계와 지식 경쟁에선 이길 수 없다. 기계가 못하는 걸 가르쳐줘야 한다. 음악, 체육, 미술이 더 중요하다. 팀워크, 상상력, 독립적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 과거에는 100명의 학생을 같은 방법으로 교육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100명의 아이들에게 120가지 교육 방법이 필요하다."
김 기자는 "'직업선수가 안되면 인생 끝이다. 그러니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중요한 이야기다. 거기서 더 이야기하고 싶다. 직업선수가 안됐을 때 일할 수 있는 진로와 시장을 키워달라"고 요청했다. "스타가 있어야 한다. 손흥민 박찬호 류현진 골프선수 김연경이 있어서 그 종목이 커지고 일자리가 커진다. BTS 중 일부는 중학교 때부터 합숙했다. 지금 이 아이들이 세계를 흔들고 있다. 이들에게 공부 안했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K-팝, e스포츠 모두 마찬가지"라며 꿈과 재능을 키우는 다양한 스펙트럼, 맞춤형 교육을 거듭 강조했다.
2시간 넘게 뜨거웠던 포럼은 온·오프라인을 오간 질의 응답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온라인상의 100여 명의 체육인들이 시종일관 함께 했다. 이기흥 회장도, 임오경, 김예지 의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선 정국 주요 아젠다로 급부상한 학교체육의 핫이슈에 체육계, 정치계의 관심이 비상하다. 학교체육은 '지금, 여기' 우리 아이들의 문제이자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요, 희망이기 때문이다.
한체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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