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남자 쇼트트랙 1500m 경기가 열렸다. 결승전에서 러시아 빅토르안이 3위로 들어오고 있다. 한국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 동계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 71명을 파견했다. 임원 49명을 포함한 선수단 규모도 120명으로 역대 최대.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메달 12개(금 4개·은 5개·동 3개)를 수확, 2006년 토리노·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종합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0.
각본없는 극적인 드라마라고 얘기할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이다.
안현수(29)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남자 1000m와 1500m, 5000m 계주를 제패하며 대한민국에 금메달 3개를 선물했다. 당시 500m에서도 동메달을 따내 쇼트트랙 사상 최초로 올림픽 전 종목에서 시상대에 올랐다. '쇼트트랙 황제'로 군림했다.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토리노가 마지막이었다.
2008년 무릎 부상으로 거침없는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출전도 불발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갈등, 소속팀의 해체 등이 겹쳐 선수 생활의 갈림길에 서자 소치올림픽에서 명예를 되찾겠다는 각오로 주변의 비난을 각오하고 러시아로 귀화했다.
이한빈(26·성남시청)은 공교롭게 안현수와 아픔을 함께 한 인물이다. 한국체대 1학년 때 4학년이던 안현수와 한 방을 썼다. '방장'이 안현수, '방졸'이 이한빈이었다. 안현수는 당시 전성기였다. 하지만 이한빈은 2학년 때 왼쪽 발목이 부러진 이후 대학 시절 내내 매년 한 번씩은 발목을 다쳐 오랜 슬럼프를 겪었다.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안현수가 있는 성남시청에 입단하면서 안정을 찾는 듯 했다. 2010~2011시즌에는 대표팀 합류 '0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운이 겹쳤다. 대표 선발전에서 실격 판정을 받는 바람에 낙마한 데 이어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이 해체되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소속팀이 없던 당시 둘은 함께했다. 막막했던 시기였다. 그래도 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당시 이한빈의 스승은 안현수였다. 그러나 안현수는 떠났다. 이한빈도 은퇴를 생각했다. 아버지는 군입대 이야기를 꺼냈다. 그 때 손을 내민 곳이 현 대표팀 사령탑인 윤재명 감독이 이끄는 서울시청이었다. 서울시청에서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졸라맨 그는 2012년 동계체전에서 남자 일반부 2관왕에 오르고 지난해 처음으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10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남자 쇼트트랙 1500m 경기가 열렸다. 준결승에서 한국 이한빈이 신다운과 충돌한 후 넘어지고 있다. 한국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에 동계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 71명을 파견했다. 임원 49명을 포함한 선수단 규모도 120명으로 역대 최대.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메달 12개(금 4개·은 5개·동 3개)를 수확, 2006년 토리노·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종합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0.
하지만 부상의 악령은 그를 떠난 것이 아니었다. 시즌 도중 다시 왼 뒤꿈치에 피로 골절이 찾아와 부상과 싸우는 데 힘을 쏟아야 했다. 그래도 위기의 남자쇼트트랙에서 기둥역할을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목동에서 열린 1500m에서 2위, 11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최근 성남시청이 창단하면서 둥지를 옮겼다.
영화같은 사연인 둘이 10일(한국시각)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벌어진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선에서 만났다. 안현수는 러시아, 이한빈은 태극마크를 달았다. 반전에 반전의 연속이었다. 안현수는 안방아닌 안방이었다. '빅토르 안'을 소개하자 홈관중의 환호성이 넘쳤다. "러시아", "러시아"를 연호하는 관중들의 함성이 서글프게 느껴질 정도였다.
준결선에서 안현수는 한국의 박세영(21·단국대)과 살짝 충돌했다. 박세영이 중심을 잃으면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안현수가 2위로 결선에 선착했다. 이한빈은 더 파란만장했다. 3바퀴 반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선두를 달리던 신다운(21·서울시청)이 넘어졌다. 얼음이 패인 곳에 스케이트날이 걸렸다. 신다운이 넘어진 후 그 뒤를 달리던 이한빈이 신다운의 팔에 걸리며 함께 넘어졌다. 이대로면 둘다 탈락이다. 신다운은 고개를 숙였고, '상남자' 이한빈은 후배의 등을 토닥거리며 "괜찮다"고 했다.
그 순간 이한빈이 빛을 봤다. 심판진은 2위로 달리던 이한빈이 정상적인 플레이중 신다운의 방해로 넘어진 것으로 판단, '어드밴스'룰을 적용했다. 결선행이 결정됐다.
롤모델이 안현수인 이한빈은 "현수 형이 잠시 귀국해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결승전을 함께 치르고 나면 경기 결과가 어찌 나오든 상관없이 뜨겁게 포옹 한 번 해요'라고 말했어요.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입니다"라고 했다. 안현수와 이한빈은 이날도 '단짝'이었다. 준결선까지 조가 달랐다. 대기 공간에서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며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결승선 라인에 함께 섰다. 엎치락뒤치락,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둘의 손을 들어주 않았다. 남자 쇼트트랙 최강자이자 1500m 세계랭킹 1위 찰스 해믈링(30·캐나다)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현수는 동메달에 만족했다. 두 팔을 번쩍 든 그는 8년 만에 올림픽 시상대에 다시 올랐다. 관중석에선 여자친구 우나리가 환희로 화답했다.
반면 굴곡의 이한빈은 중반 이후 페이스를 잃으면서 6위에 머물렀다. 1000m, 5000m계주가 남았다. 둘의 소치 인생극장은 이제 1막이 끝났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