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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아들레르 공항은 전쟁터였다.
소치와의 첫 만남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은 보이지 않았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언제 이 날이 올까 기다렸다. 드디어 소치에 오게됐다. 일주일이 길 것 같은 느낌이 벌써부터 든다. 남은 시간 컨디션을 잘 조절해 베스트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두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이다. 4년 전 밴쿠버는 '여왕의 대관식'이었다. 쇼트프로그램(78.50점)과 프리스케이팅(150.06점) 모두 역대 최고점 기록을 경신하며 총점 228.56점의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바뀐 것은 없다. 김연아는 "그 때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했다. 준비를 열심히 한 만큼 후회는 없다. 준비한 것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잘 컨트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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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샛볕'의 바람이 심상찮다. 그녀가 등장하기 전 소치의 대세는 이견이 없었다. 김연아였다. 하지만 피겨 단체전 이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16세 신예 율리야 리프니츠카야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분위기다. 리프니츠카야는 9일과 10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 모두 출전, 1위를 차지했다. 리프니츠카야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2.90점, 프리스케이팅에서 141.51점을 받았다. 두 종목을 합치면 200점대인 214.42점이었다. 개최국 러시아는 홈이점을 앞세워 리프니츠카야의 금메달을 바라고 있다. 김연아의 라이벌로 각인된 아사다 마오(일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64.07점, 3위에 그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김연아는 의식하지 않았다. 의식할 수록 독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떤 대회든 금메달, 은메달을 누가 받을 지 예상하는 얘기가 있다. 선수들도 인간이라 그런 부분이 신경 쓰이겠지만 떨쳐버리고 내가 준비한 것을 보여준다는 생각 뿐이다. 결국 경기는 그 날의 운이다. 운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최선을 다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겠다." 미소가 흘렀다.
김연아는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 카타리나 비트(독일·1984∼1988년) 이후 26년 만의 여자 싱글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다. 물론 그 생각도 머릿속에서는 지웠다. 마지막 은퇴 무대라는 현실도 소치에서는 부정하기로 했다.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면 흐트러지고 집중을 못할 것 같아 걱정이 됐다. 다른 경기와 다름 없이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다. 육체는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 실전의 날에 긴장하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자신감이 있었다.
최선, 후회, 긴장, 적응, 베스트…. 그녀의 입에서 반복된 단어들이다. 김연아, 현역 인생의 마지막 문이 열렸다. 그녀가 가는 길이 곧 역사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