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안현수의 '감격 눈물'과 韓 남자 쇼트트랙의 '들러리'

기사입력 2014-02-16 08:33


16일 오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올림픽파크 메달 프라자에서 빅토리아 세리머니가 열렸다.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러시아 빅토르 안(안현수)가 환호하고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6.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모국과 아프게 이별한 그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첫 날 (동)메달 따고도 많이 참았다. 더 이를 악물고 참았다. 금메달을 따고 기쁨을 누려보자고 생각했다. 8년 동안 이것 하나만 바라보고 운동한 것이 생각났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보답을 받았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눈물이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1000m, 1500m, 5000m 계주를 제패하며 3관왕에 올랐다. 당시는 그의 가슴에는 태극마크가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그는 러시아를 위해 뛰고 있다.

'황제의 귀환'이었다. 안현수(29)가 15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벌어진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클래스가 달랐다. 폭발적인 질주와 한 차원 높은 두뇌싸움은 전성기 때 그대로였다. 10일 1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은 그는 1000m에서 1분24초10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역사를 쓸어담았다. 러시아에 올림픽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선사했다.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4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또 국가 무늬를 달리한 선수로 첫 멀티 금메달의 영에를 안았다.

만감이 교차한 안현수는 얼음판에 입을 맞추며 부활을 알렸다. "8년 만의 금메달에 머리가 하얘졌다. 홈 관중들의 함성에 감동을 받았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남자 쇼트트랙 선수로는 첫 4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그래서 더 뜻깊고 더 의미있는 메달이다."


15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이 열렸다.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빅토르안(안현수)이 감격에 겨워 엎드려 있다.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5.
영화같은 금메달, 귀화는 더 큰 화제로 몰아쳤다. 무릎 부상,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갈등, 소속팀 해체 등이 겹쳐 선수 생활에 갈림길에 섰다. 2011년 그의 선택은 귀화였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의 귀화와 관련,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대책을 강구했다. 안현수는 러시아에 정착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많은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 다 얘기하자면 길어진다. 올림픽이 끝나면 한 번 인터뷰하고 싶다. 갖고 있는 마음, 생각들을 다음에 이야기하겠다." 재차 귀화를 결정한 가장 큰 배경을 묻자 "좋아하는 종목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나를 위해서 선택을 했다. 어떤 일이 있었던지 잊고, 내가 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했다. 나로 인해 안좋은 기사가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후배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배려와 훈련 환경을 언급하며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기 위해 러시아로 왔다. 그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을 보여주었다. 자신을 믿고 자신있는 경기를 했다. 그래서 의미있고 뜻깊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금메달에는 '운석'이 박혔다. 이날 금메달리스트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돌아갔다. 1년 전인 2013년 2월 15일 운석우가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첼랴빈스크주를 강타했다. 피해는 컸지만 운석우가 떨어진 1주년을 기념, 이날 운석 금메달을 증정키로 했다. 안현수가 그 혜택을 누렸다.


15일 오후(한국시간)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이 열렸다.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빅토르안(안현수)이 환호하고 있다. 아쉬워하는 한국 신다운
소치(러시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2.15.
반면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대회 이후 12년 만에 '노메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날 1000m에선 신다운(21·서울시청)이 결선에 올랐지만 실격됐다. 5000m 계주는 이미 탈락했고, 남은 종목은 500m 뿐이다. 그러나 전략 종목이 아니어서 메달 전망은 밝지 않다.

사실 남자는 기대가 높지 않았다. 혹시나했다. 역사나였다. 과거의 환희는 더 이상 없다. 현주소는 '몰락'이었다. 불운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경쟁력이 떨어졌다. 남자 쇼트트랙은 우물안 개구리에다 끊이지 않는 잡음과 파벌주의, 훈련 부족 등으로 빛을 잃었다.

안현수는 다관왕에 도전한다. 500와 5000m 계주에서도 금빛 질주를 노리고 있다. "승부를 떠나 후배들도 많이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4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지 않은 선수는 없다. 모두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그것을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누구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승부의 세계에 있어서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마음이 컸다. 앞으로 집중해서 더 좋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1000m 결선 후 신다운을 포옹한 이유를 묻자 안현수가 내놓은 답변이다. 그러나 안현수의 말이 더 아프게 들리는 이유가 뭘까. 안현수의 올림픽,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들러리였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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