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우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모굴에서 한국 스키 사상 첫 결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내친 김에 첫 메달을 향해 최선을 다했다. 2차 결선 도중 발이 게이트를 벗어나 최종 결선에 나서지 못하며 12위로 대회를 끝냈다. 경기가 끝난 뒤 온라인 세상은 온통 최재우로 도배됐다. 경기 소식은 물론이고 대회가 시작되기 전 SNS에 올린 사진들까지 화제가 됐다. 스타가 됐다.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도 했다. 하지만 최재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수줍게 웃었다.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뭐가 먹고 싶냐"고 하자 아는 곳이 있다며 전통 시장 안으로 향했다. 성북구 돈암제일시장 내에 있는 허름한 고기집이었다. 최재우는 "오랜 단골집이다. 고기가 먹고 싶으면 항상 이곳에서 먹는다"며 "소치에서도 이집 고기가 너무 그리웠다"면서 젓가락을 들었다.
어느 정도 허기를 채운 뒤 올림픽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격' 이야기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귀여운 웃음을 지으며 "공식 기록상 실격은 아니다. '코스이탈로 인한 완주 실패'로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했다. 공식 기록 상에서도 실격(disqualified)가 아닌 DNF, 즉 완주 실패(did not finish)로 표시되어 있다.
최종 결선 실패 이야기는 계속 됐다. 보통 경기 도중 탈락하면 그냥 옆 사로로 빠져서 결승선을 끊는다. 하지만 최재우는 달랐다. 잠시 허탈해하더니 다시 경기를 속행했다. 두번째 점프도 보여주었다. 2차 결선에서 보여주려 했던 1080도 공중 돌기였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는 선수 대기석에 누워 아쉬움을 표현했다. 최재우는 이에 대해 "정말 허무했다. 너무 순식간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중도 탈락했다고 해서 거기서 멈추면 안될 것 같았다. 그래도 두번째 점프를 뛰면서 아쉬움을 덜고 싶었다. 일종의 팬서비스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를 마치고 조기 귀국한 최재우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귀국하던 날 많은 취재진이 공항으로 나와 얼떨떨했단다. 곳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처음에는 신기했단다. 하지만 이제 슬슬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실 이번 대회는 큰 부담이 없었다. 그래서 SNS에도 축제를 즐기고 오겠다고 썼다" 고 밝힌 최재우는 "이제는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평창은 홈에서 열리는 대회다. 관심이 더 많아질 것이다. 나와 내 동료들이 어떤 성적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스키에 대한 관심도도 달라질 것이다. 한국 스키 중흥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평창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