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상하이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챔피언에 올랐으며, 도하-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 2연패'를 이룬 '현역 레전드' 박태환은 변함없이 스스로를 '도전자'라 칭한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2007년 멜버른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줄곧 세계 정상권을 유지해왔다. 호주에서 잠시 귀국해 한국집에 머무를 때도, 누가 깨우지 않아도 새벽 5시면 눈을 반짝 뜬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속에도 새벽훈련을 빼먹은 적이 없다. 쑨양(중국), 야닉 아넬(프랑스) 등 2m가 넘는 세계 자유형 거인들에 밀리지 않는 1m83 박태환의 '기적 레이스'는 선수로서 타고난 성실성과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 덕분이다.
스물다섯의 박태환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생애 세번째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2006년 첫 도하아시안게임땐 큰경기인지, 작은경기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동아시아대회 등에서 자주 마주치던 장린(중국), 마쓰다(일본)와 부담없이 겨뤘던 것같다. 2010년 광저우때는 베이징올림픽 직후였기 때문에 타이틀 방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2014년 인천은 도전자의 입장이다. 쑨양이 '톱'이기 때문에, 톱클래스 선수에게 도전한다, 함께 레이스를 해본다는 자세로 임하려 한다"고 했다. '도전자'라는 말로 자신을 낮췄다. 자유형 400m에서 3분41초53의 한국신기록을 넘어, 세계최고기록을 향한 꿈을 꾼다.
'고출력 세단'에서 '고출력 스포츠 세단'으로
박태환은 지난달 28~2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뉴사우스웨일스 스테이트 오픈 챔피언십에서 자유형 50-100m-200-400-1500m 등 5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자유형 400m에서 기록한 3분43초96의 기록은 올시즌 세계 1위에 해당하는 호기록이다. 자유형 100m에선 48초42의 한국신기록도 작성했다. 100m 단위 스피드의 향상은 세월을 거스르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1984년생 '서른살 수영영웅' 라이언 록티를 '롤모델' 삼았다. 2011년 상하이세계선수권 5관왕 록티가 남자개인혼영 200m에서 마이클 펠프스를 꺾고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순간, 박태환은 관중석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었다. "그 선수가 세계신기록 깼다는 것도 좋고, 각자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으니까…, 나이가 들면서 레이스 운영이 점점 노련해진다. 정말 멋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태환의 근육은 겨우내 한결 슬림해졌다. 하루 2시간30분 독한 웨이트트레이닝의 결과다. "이인호 체력담당 선생님은 몸은 슬림해지면서, 근파워는 높아진 상태라고 하셨다. 세밀하게 운동한 덕분에 잔근육은 더 촘촘해졌다. '고출력 세단'이 '고출력 스포츠세단'으로 바뀌는 것같다고 해야하나"라며 웃었다.
박태환은 '인천 프로젝트'의 성공을 그 어느때보다도 열망하고 있다. "나보다는 우리 전담팀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이번 전담팀은 유독 힘들때 짜여진 팀이라 더 끈끈하다. 내가 더 열심히, 더 잘해야 한다. 이대로만 간다면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태환은 이날 출국길에 공항 서점에 들렀다. '자동차 마니아'답게 비행기에서 읽을 자동차 전문잡지를 익숙한 손길로 척척 집어들었다. 6개월 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고출력 스포츠 세단' 박태환의 짜릿한 질주를 예고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