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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팀(One team)을 만드는 것이 올 시즌 목표입니다."
금호타이어에서 감독직을 제의했을 때 처음에는 고사했다고 한다. 꿈의 자리라 할 수 있지만 실력도 그렇거니와 경륜이 부족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같은 팀의 한국계 일본인 드라이버 이데 유지는 F1(포뮬러 원)의 경험까지 있는 선수였다. "초등생이 대학 교수를 모시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더 부담스러웠죠." 하지만 김진표는 거듭된 권유를 받아들였다. 요즘은 흔하지만, 당시 18세의 나이로 이 적과 함께 그룹 패닉으로 데뷔할 당시 그 누구도 쉽게 가보지 않았던 길을 나섰던 용감함이 다시 발동한 것이다.
김진표는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 교수에게 배우는 초등생'이라는 표현처럼 이데 유지에게 드라이빙에 대한 많은 기술도 그렇거니와 레이싱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를 배웠다고 한다. "경기가 끝나면 아무리 피곤하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반드시 팀 미팅을 하자고 하더라구요. 이를 통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시스템이 마련됐습니다. 역시 선진 레이싱을 배운 선수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이데 유지와 한 시즌 함께 더 뛰기로 했다. 중견 드라이버인 정의철도 영입했다. 자신까지 포함해 드라이버가 3명이나 되니 든든하다. 게다가 모기업인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올해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모터스포츠에 투자할 좋은 여건이 마련됐다. 이에 대해 김진표는 "더 큰 기업도 못하는 지원을 금호타이어에서 해주고 있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 아트라스팀을 후원하는 타이어 기업과의 라이벌 관계인데, 반드시 이겨내 워크아웃 졸업을 축하하는 선물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물론 올해 성적도 중요하지만 엑스타 레이싱을 명문팀으로 만들어 가는 것도 김진표 스스로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과제다. 연구소와 치밀한 협업을 통해 좀 더 좋은 타이어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진 팀으로 출전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레이싱은 철저한 공동 작업이죠. 그래서 드라이버와 미캐닉, 지원팀 모두가 날줄과 씨줄처럼 촘촘하게 엮인 '원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다보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김진표는 부랴부랴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팀 사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이제 김진표는 '랩'의 운율보다는 진한 '기름' 냄새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