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타 레이싱팀 감독 김진표, 편견에 도전한다!

기사입력 2015-02-08 17:04


◇금호타이어 엑스타 레이싱팀의 감독 겸 선수인 김진표는 "올해 원 팀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주용 머신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김진표. 사진제공=지피코리아

"원 팀(One team)을 만드는 것이 올 시즌 목표입니다."

가수, 래퍼 그리고 MC와 자동차 레이서. 하나도 제대로 하기 힘든 세상에 팔방미인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감독이라는 타이틀까지 새로 달았다. 하고 싶은 일에서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김진표(38)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실 김진표는 최근 몇년간 레이서로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06년 본격적으로 휠을 잡은 이후 올해로 벌써 10년째이다. 연예인으로서 '멋으로 탄다'는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을 이기고자 한 해도 쉬지 않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차를 몰았다. 그 열정과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금호타이어가 만든 엑스타 레이싱팀의 감독이 됐다. 김진표는 "아직까지 영 어색하다. 그래도 지난 1년간 참 많이 배웠다"며 회상했다.

금호타이어에서 감독직을 제의했을 때 처음에는 고사했다고 한다. 꿈의 자리라 할 수 있지만 실력도 그렇거니와 경륜이 부족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같은 팀의 한국계 일본인 드라이버 이데 유지는 F1(포뮬러 원)의 경험까지 있는 선수였다. "초등생이 대학 교수를 모시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더 부담스러웠죠." 하지만 김진표는 거듭된 권유를 받아들였다. 요즘은 흔하지만, 당시 18세의 나이로 이 적과 함께 그룹 패닉으로 데뷔할 당시 그 누구도 쉽게 가보지 않았던 길을 나섰던 용감함이 다시 발동한 것이다.

지난 1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국내 최고 대회인 'CJ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슈퍼 6000클래스에 감독 겸 선수로 첫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초반 2경기에서 엔진 3개가 깨졌다. "내 차만 걱정하던 때와는 선수 때와는 완전 다르더라구요. 감독으로서 팀 전체를 고려해야 하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초반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그래도 6월 중국 상하이 티엔마서킷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이데 유지가 결선서 우승을 차지하며 드디어 본격 궤도에 올랐다. 힘든 첫 해였지만 CJ레이싱, 아트라스팀에 이어 3위로 시즌을 마쳤다. 본인 스스로도 마지막인 8라운드에서 3위로 들어오며 첫 포디엄 달성에 성공하기도 했다.

김진표는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 교수에게 배우는 초등생'이라는 표현처럼 이데 유지에게 드라이빙에 대한 많은 기술도 그렇거니와 레이싱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를 배웠다고 한다. "경기가 끝나면 아무리 피곤하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반드시 팀 미팅을 하자고 하더라구요. 이를 통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시스템이 마련됐습니다. 역시 선진 레이싱을 배운 선수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이데 유지와 한 시즌 함께 더 뛰기로 했다. 중견 드라이버인 정의철도 영입했다. 자신까지 포함해 드라이버가 3명이나 되니 든든하다. 게다가 모기업인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올해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모터스포츠에 투자할 좋은 여건이 마련됐다. 이에 대해 김진표는 "더 큰 기업도 못하는 지원을 금호타이어에서 해주고 있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 아트라스팀을 후원하는 타이어 기업과의 라이벌 관계인데, 반드시 이겨내 워크아웃 졸업을 축하하는 선물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물론 올해 성적도 중요하지만 엑스타 레이싱을 명문팀으로 만들어 가는 것도 김진표 스스로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과제다. 연구소와 치밀한 협업을 통해 좀 더 좋은 타이어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진 팀으로 출전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레이싱은 철저한 공동 작업이죠. 그래서 드라이버와 미캐닉, 지원팀 모두가 날줄과 씨줄처럼 촘촘하게 엮인 '원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다보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김진표는 부랴부랴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팀 사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이제 김진표는 '랩'의 운율보다는 진한 '기름' 냄새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