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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1·연세대)가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3년 '바레인', 2014년 '화이트 다르부카' 등 경쾌한 레퍼토리를 택했던 리본 종목에서 올시즌 손연재의 선택은 평소 좋아하는 발레곡이다. 아돌프 아당의 '르코르세르'에 맞춰 발랄하면서도 우아한 루틴을 선보이고 있다. 매시즌 경쾌하고 다이내믹함 속에 깜찍한 매력을 선보였던 곤봉 종목에서 손연재는 '델라댑 치가니' 레퍼토리에 맞춰 연기했다. 곤봉을 머리에 얹고 걷는 리드믹스텝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준비된 손연재는 안방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침착한 클린연기를 펼쳐보였다. 마문, 쿠드랍체바 등 '러시아 1인자'들이 나서지 않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실수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종목에서 라이벌들을 압도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매대회 3~4위권을 다퉈온 멜리티나 스타니우타, 안나 리자티노바를 홈그라운드에서 제압했다. 경쟁자들은 실수했고, 손연재는 실수하지 않았다. '안방불패'다. 인천아시안게임, 제천아시아선수권, 광주U대회까지 3번의 안방 대회에서 '강철 멘탈'로 금메달의 약속을 지켜냈다.
U대회 금메달의 의미는 크다. 세상의 모든 메달은 귀하고, 모든 대회의 1위는 값지다. 그러나 아시아 정상을 확인한 인천아시안게임, 제천아시아선수권의 금메달과는 또다른 의미다. U대회가 '대학생들의 축제'라지만 리듬체조는 '월드클래스의 전쟁'이다. 손연재는 "선수촌에서는 분명 축제인데 경기장에 들어서면 다들 눈빛이 달라진다"고 했었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전성기를 맞는 리듬체조 종목 특성상 전세계 에이스들이 출전하는 U대회의 클래스는 세계선수권, 올림픽 못지않다. 리듬체조 불모지인 아시아 선수끼리 겨루는 대회와는 수준이 다르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2011년 선전대회 개인종합 우승자가 '레전드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2013년 카잔대회 개인종합 우승자가 '러시아 1인자' 마르가리타 마문이라는 사실이 대회 수준을 입증한다.
9월 슈투트가르트세계선수권, 내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광주U대회 개인종합 금메달은 '희망'이자 '청신호'다. 손연재가 내년 여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들을 압도할 경우 사상 첫 올림픽 메달도 가능하다. 지난해 말 새 프로그램을 받아든 손연재는 "리우올림픽에선 런던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유니버시아드 금메달도 리우행의 준비과정으로 봤다. '런던 톱5' 손연재의 최종 목표는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광주에서 라이벌들을 압도한, 개인종합 사상 첫 금메달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광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