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자신감은 많이 생겼어요."
올 1월 터키전지훈련에서 만난 윤빛가람(25·제주)은 조심스러웠다. 과거 당당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지난해 4골-4도움을 올리며 부활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완전히 자신감을 찾지 못한 것 같았다. 8개월이 지난 지금, 윤빛가람은 이제 조금씩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
경기장에서 당당한 아우라를 풍기던 예전의 모습을 찾았다. 장기인 패스와 넓은 시야는 물론 과감한 몸싸움과 수비까지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게으른 천재로 불렸던 윤빛가람은 이제 제주에서 가장 많이 뛰는 선수 중 하나다. 윤빛가람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조성환 감독의 확실한 믿을맨이다. 윤빛가람은 "아직 마음이 놓일 정도로 부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내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중요한 순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윤빛가람은 지난달 29일 23경기 연속 무승의 아픔(8무15패)을 끊은 서울전(2대1 승)에서 선제골을 넣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윤빛가람은 "책임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위 그룹에 올라가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더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책임감이 골까지 연결되고 있다"고 했다. 물론 몸은 힘들다고 했다. 윤빛가람은 2경기를 제외하고 제주가 치른 전 경기에 나섰다. 그는 "체력은 문제가 없는데 몸이 좀 힘들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윤빛가람이 이처럼 책임감을 보이는 이유는 그룹B행의 아픈기억이 많았기 때문이다. 성남에서 뛰던 2012년, 제주로 이적한 첫 해인 2013년 그룹B를 경험했다. 윤빛가람은 "주위의 관심이 확실히 적어진다. 나중에 연봉 협상 할때도 그렇고 분위기도 문제가 된다. 일단 그룹A에 올라가고 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제주 상승세의 중심에는 윤빛가람과 송진형의 콤비플레이가 있다. K리그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불렸던 둘은 시너지 대신 엇박자를 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완벽한 호흡을 보이고 있다. 윤빛가람은 "진형이 형이랑 안 맞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우리는 스타일이 다르다. 내가 경기 조율에 신경을 쓴다면, 진형이 형은 수비 사이사이에서 돌파를 하면 찬스를 만드는 유형이다. 이 조합이 최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성환 감독이 칭찬안해 주느냐'고 묻자 "감독님 스타일이 잘해도 채찍질 하는 스타일이시다. 잘한다고 절대 말 안해주신다"고 미소를 지었다.
윤빛가람은 "최대한 많은 포인트를 올리고 싶다. 골이든, 도움이든 상관없다. 그래야 우리가 상위그룹에 올라갈 수 있다. 아직 희망이 남아있는만큼 남은 경기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결의에 찬 윤빛가람은 상위 그룹 진출에 도전하는 제주의 가장 큰 무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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