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FC의 불타는 토요일

기사입력 2016-03-13 10:02


'New Wave MMA' 로드FC의 2016년 첫 원주 대회인 XIAOMI ROAD FC 029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이번 대회는 계체량 행사 때부터 최홍만(36·FREE)과 아오르꺼러(21· XI'AN SPORTS UNIVERSITY)의 신경전으로 장외 전쟁이 크게 이슈 됐다. 또한 경기에 출전 하는 선수들이 각종 이슈들을 쏟아내며 국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2016년 3월 12일, XIAOMI ROAD FC 029는 대한민국을 불타는 토요일로 만들었다.

'바키' 박원식과 '괴물 레슬러' 심건오, 복귀전에서 쓴잔


사진제공=로드FC
박원식(30·TEAM MAD)과 심건오(27·FREE)는 모두 부상에서 돌아온 파이터들이다. 박원식은 목 디스크, 심건오는 허리 디스크 부상을 극복하고 오랜만에 경기를 가졌다. 선수로서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사실에 계체량 행사, 경기 시작 전 입장까지만 하더라도 박원식과 심건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두 파이터들의 표정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경기 전 각오와는 달리 허무하게 패했기 때문이다.

박원식과 심건오는 1라운드 1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쓰러졌다. 박원식은 사사키 신지(36·BURST)에게 1라운드 40초, 심건오는 카를로스 토요타(45·HARD COMBAT)에게 1라운드 17초 만에 승리를 내줬다. 상대에게 경기 초반 강한 타격을 허용해 중심을 잃었고, 그대로 패배로 직결됐다.

경기 후 두 선수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복귀전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슴에 한으로 남았다.

경기 후 박원식은 SNS를 통해 "한국에서의 첫 데뷔는 아쉽게도 짧았다. 처음 느껴본 홈 성원에 너무 업 되었나보다. 첫 복귀에 생애 첫 KO패를 당했다. 값진 약이라고 생각하겠다. 나는 아직 뜨겁다. 지금이 바닥이라면 기어서라도 다시 올라가겠다. 응원해주고 짧았지만, 즐겨준 여러분 모두 감사하다. 포기하지 않겠다. 다음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드디어 첫 승 신고한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


고등학교 2학년의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17·TEAM J)가 세 번째 시도 만에 드디어 첫 승을 달성했다. XIAOMI ROAD FC 029 두 번째 경기에서 시모마키세 나츠키(28·PERSONALSTYLES)와 격돌했다. 베테랑들하고만 싸웠던 지난 두 경기와 달리 자신과 비슷한 전적의 상대였다. 승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더구나 원주는 이예지가 거주해 학교를 다니고, 훈련하는 곳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이예지의 등장에 원주 치악체육관은 함성 소리로 가득 찼다. 원주에서 이예지의 인기는 아이돌 못지않았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이예지 입장에서 원주 경기는 분명 힘도 됐지만, 부담감도 공존할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이예지는 그 부담감을 실력으로 이겨냈다. 시종일관 시모마키세 나츠키를 압박했다. 타격전에서도 우위를 점했고, 그라운드 실력도 한 수 위였다. 시모마키세 나츠키가 이예지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원주에서 이예지는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결국 일방적인 경기 끝에 이예지가 승리했다. 이예지는 단 한 번 하위 포지션에 깔리며 상대에게 기회를 제공했는데, 시모마키세 나츠키가 보인 허점을 공략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1라운드 4분 19초 만에 암바로 거둔 서브미션 승리. 이예지가 받아든 성적표다.

이예지의 본능적인 기회 포착 능력이 경기를 끝낸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예지는 원주에서 2연패 뒤 달콤한 첫 승을 맛봤다. 자신의 격투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만들 만한 결과를 얻었다.

경기 후 이예지는 "두 번의 프로 시합을 했었는데 두 번 다 졌다. 이번에 처음 이겨서 정말 좋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사랑한다. 타격과 그라운드를 모두 갖춘 선수가 되고 싶다. 경기를 많이 치러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목표다. 다음에 더 멋진 경기 보여드리겠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One Minute' 김수철에게 UFC 출신 무릎 꿇었다


사진제공=로드FC
김수철(25·TEAM FORCE)과 마커스 브리매지(31·AMERICAN TOP TEAM)의 경기는 등장대결부터 후끈했다. 마커스 브리매지가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의 사이언이 복장을 하고 나오자 김수철은 영화 '스타워즈'의 등장인물들과 함께 등장했다. 시작부터 기죽기 싫어하는 두 선수의 대결이 관중들에게 보는 재미를 더했다.

퍼포먼스 대결이 끝나자 케이지 안에서는 파이터들의 살벌한 대결이 이어졌다.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는 혈전이 벌어졌고, 아시아 밴텀급 1위의 김수철 앞에서 UFC 출신이 무너졌다. 경기 전 김수철을 도발하며 마커스 브리매지가 승리를 예상했지만, 결국엔 무릎 꿇었다.

김수철은 초반부터 조금씩 타격과 클린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특유의 저돌적인 스타일로 마커스 브리매지를 공략했다. 마커스 브리매지는 이렇다 할 데미지를 김수철에게 입히지 못했다. 반면 김수철은 강한 하이킥으로 마커스 브리매지를 다운 시키는 등 고향 팬들 앞에서 화끈한 경기를 선보였다.

상대가 거칠게 나올수록 김수철은 미소를 지으며 상대에 맞섰다. 클린치 상황에서 니킥을 쉴 새 없이 시도하며 상대에게 데미지를 누적시켰다. 그라운드에서도 김수철은 우위를 점하며 아시아 밴텀급 1위다운 모습으로 일관했다.

2라운드, 3라운드에서도 김수철은 우세했다. 마커스 브리매지도 선전했지만, 김수철은 좀 더 앞선 실력으로 점수를 쌓아갔다. 결과는 김수철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 비록 경기 전 예고한 대로 1라운드 KO승은 없었지만, 명경기 중에 명경기였다.

김수철의 상대인 마커스 브리매지는 'UFC 페더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의 UFC 데뷔전 상대,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의 광팬으로 유명한 파이터다. 유쾌한 파이터로 한국에 입국할 때부터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해맑던 그의 웃음도 패배와 동시에 사라졌다.

'페더급 초대 챔피언' 최무겸, ROAD FC 역대 최초 '2차 방어' 성공


사진제공=로드FC
2010년 출범한 로드FC에는 총 5명의 챔피언이 있다. '미들급 챔피언' 차정환(32·MMA STORY)과 '플라이급 챔피언' 송민종(25·TEAM MAX)을 제외한 3명의 챔피언들은 나란히 1차 방어에 성공한 파이터들이다. 그 중 '페더급 챔피언' 최무겸(27·MMA STORY)이 유일한 초대 챔피언이자 2차 방어에 성공한 챔피언이 됐다.

XIAOMI ROAD FC 029의 메인 이벤트로 최무겸과 말론 산드로(39·NOVA UNIAO)의 경기가 열렸다. 최무겸의 두 번째 방어전 상대가 '세계적인 강자' 말론 산드로였기에 결과 예측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두 선수 모두 "승리하겠다"라고 입을 모았기에 결과는 더욱 미지수였다. 하지만 챔피언은 단 한 명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 주인공은 최무겸이었다.

최무겸은 챔피언답게 시종일관 여유가 있었다. 말론 산드로의 작전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공격을 회피한 후 적절히 타격을 가했다. 칠 땐 치고 빠질 땐 빠진 것. 언뜻 보면 그동안 팬들이 다소 지루해하던 아웃파이팅 같지만, 아웃파이팅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최무겸은 경기 전 "화끈한 타격전을 보여주겠다. 2라운드 안에 말론 산드로를 KO시키겠다"고 공언한 것처럼 타격에서 큰 인상을 남겼다. 정확한 타격으로 말론 산드로를 두 차례 넘어뜨렸다. 30전을 넘게 치른 베테랑 말론 산드로도 최무겸의 작전에 말려든 모습이었다.

말론 산드로의 공격은 좀처럼 통하지 않았다. 말론 산드로가 킥으로 저항하면 최무겸은 더 강한 킥으로 말론 산드로를 공략했다. 또한 펀치로 견제하고, 클린치 상황, 그라운드 상황에서도 세컨의 말을 그대로 수행하는 등 최무겸의 작전 수행 능력도 빛났다. 최무겸의 세컨은 '미들급 챔피언' 차정환이었다. 미들급 챔피언과 페더급 챔피언의 조합이 타이틀 방어로 이어졌다.

경기 후 최무겸은 "영원한 초대 챔피언으로 남겠다"라는 말을 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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