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단독인터뷰]'철녀'이상화"남현희 언니와 치료실절친,선수는 다 아프다"

기사입력 2016-03-20 18:14



"스포츠조선 창간 26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빙속여제' 이상화(27·스포츠토토)가 스포츠조선 창간 26주년 축하 메시지를 건넸다. 이상화와 스포츠조선의 인연은 깊다. 휘경여고 2학년 때인 2005년 3월, 독일 인젤세계종목별빙상선수권 여자 500m에서 여자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따낸 후 스포츠조선이 제정한 코카콜라체육대상 첫 월별 MVP로 선정됐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직후엔 우수선수상을 받았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연패 위업을 달성한 후에는 '피겨여제' 김연아와 함께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실 어렸을 때는 월별 MVP 한번 받는 것도 큰 영광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던 소녀 시절부터 지난 10년간 이상화는 스포츠조선과 함께 성장해왔다.

스물일곱살, 동계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스프린터 이상화는 도도하다. 그러나 겸손하다. 올시즌을 자평해달라는 질문에 "아직까지도 내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소속팀 없이 나홀로 캐나다 전지훈련을 시작했었다. 이런저런 시련도 있었다. "지난 시즌은 내겐 새로운 모험이자 경험이었다. 처음으로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개인훈련을 했다. 캐나다에서의 다섯달 경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돼서 기쁘다"며 웃었다. "선수들은 올림픽 금메달 이후 목표를 상실하거나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아직까지 매번 1등은 아니더라도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은퇴하는 날까지 성공적으로 정상권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올림픽 챔피언' 이상화는 지난 시즌에도 어김없이 정상을 유지했다. 절대 체력과 파워, 스피드, 집중력을 요하는 단거리 빙속선수가 갖은 10년 넘게 정상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련과 부상을 딛고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졌다. 지난 2월 국제빙상연맹(ISU)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세계선수권 주종목인 여자 500m에서 라이벌 장훙(중국)을 꺾고 기어이 세계 정상을 되찾은 후 시즌 종료를 선언했다. 월드컵 6대회 중 2대회를 뛰지 않은 상황임에도, 4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며 세계랭킹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상화는 씩씩했다. "무릎 부상을 알게 됐을 때는 이대로 끝나는 것 아닐까 하는 막막함도 있었다. 재활을 병행하며 하다 보니 괜찮더라"며 웃어보였다. "솔직히 아프긴 많이 아프다. 그러나 세상에 안아픈 선수는 없다. 다른 선수들도 다 아프다. 그 정도 부상쯤은 누구나 다 있다. 신경쓰지 않고 운동하려고 한다."

이상화는 낯가림이 있지만, 일단 마음을 열면 속정 깊고 의리 있고 화통한 여자다. 리우올림픽 4회 연속 출전 위업을 이룬 '땅콩 펜서' 남현희(35)와도 절친하다. "현희언니와는 치료실 친구다. 언니도 무릎이 안좋은데 태릉선수촌 치료실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며 웃었다. 동병상련 자매애가 싹텄다. 후배의 부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남현희는 "상화는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상화는 "내가 아픈 건 언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언니는 아기도 있고, 나이도 나보다 많은데… 언니는 대단하다. 내가 우러러본다고, 언니가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고 전해달라"고 화답했다.

실력도 노력도 멘탈도 세계 최강인 그녀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먼저 인정하는 선수다. 3월 중순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만난 네덜란드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는 한국 이야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상화리(Sanghwa Lee)'를 언급했다. 부상관리에 대해서도 직접 조언했다. "나도 오른쪽 허벅지 부상때문에 1년을 쉬었다. 훈련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때로 화가 치밀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을 위해,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쉬는 것만이 비법"이라며 충분한 휴식을 권했다.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3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중장거리 여왕' 이레인 뷔스트 역시 이상화에 대해 극찬했다. "상화는 결정적인 타이밍에 최선을 다해 밀어붙이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예술적이다. 나와 평창올림픽에서 함께 금메달을 따면 정말 좋겠다."

밴쿠버, 소치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철녀, 이상화의 시선 역시 2년 후 평창을 향해 있다. 올림픽 3연패의 역사에 도전한다. 무릎에 차오르는 물을 빼가며, 수술을 미루고 혼신의 힘을 다해 훈련과 재활을 이어가는 이유다. '평창 3연패'에 대해 이상화는 말을 아꼈다. "태극마크를 달고 우리나라에서 하는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설령 금메달을 못따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하는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쁠 것같다"고 했다. 욕심을 애써 감췄지만 '평창 3연패' 후 스포츠조선 코카콜라체육대상 시상식에서 다시 만나자는 제안엔 화통하게 응답했다. "네! 꼭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게요."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