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랑프리]펜싱코리아 뒷심, '막내'서지연의 역전 은메달

기사입력 2016-03-26 19:35




'한국 여자 펜싱대표팀 막내' 서지연(23·안산시청·세계랭킹 36위)이 일을 냈다.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펼쳐진 국제펜싱연맹(FIE) 주관 SK텔레콤 펜싱 사브르 그랑프리에서 여자 4강전에서 '그리스 톱랭커' 바실리키 부지우카(세계랭킹 14위)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값진 은메달을 확보했다. 13-8로 밀리던 상황, 패색이 짙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잇달아 7포인트를 찔러내며 15대14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당당히 결승에 올랐다.

서지연은 파죽지세였다. 도전자의 마음으로 안방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펼쳐보였다. 16강전은 명불허전이었다. '세계랭킹 2위'이자 지난대회 우승자인 올가 카를란(우크라이나)을 15대14 한점차로 돌려세웠다. 12-14로 밀리는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잇달아 3포인트를 찔러내며 15-14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8강에서 '헝가리 에이스' 애나 마르톤(세계랭킹 10위)까지 15대12로 꺾으며 당당히 4강에 이름을 올렸다.

4강 무대에서 그녀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선보였다. 특유의 빠른발로 명승부를 펼쳤다. 뒷심은 눈부셨다. 가슴찌르기로 14-14까지 따라붙은 후 전광석화같은 마지막 한포인트를 찔러내며 역전승했다.

안방에서 펼쳐진 대회, 기존 월드컵 시리즈의 '1.5배' 랭킹포인트가 주어지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부담감은 컸다. '막내' 서지연이 4강에 오르며 '펜싱 코리아'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지난해 10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펼쳐진 사브르월드컵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5개월만에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생애 두번째 시니어 국제무대 메달을 목에 걸며, 차세대 에이스로서의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재 세계랭킹 36위인 서지연은 이번 대회 은메달로 10위권 진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리우올림픽 여자단체전 출전 가능성도 높였다.

서지연은 서울체중-서울체고-한체대를 거쳐 지난해 말 안산시청에 입단한 실업 1년차다. 중학교 때부터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펜싱인들의 기대를 모아온 차세대 에이스다. 서울체고 2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고등부 개인전 1위에 오른 이후 고교 랭킹 1위를 지켰고 고3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서울체중고에서 서지연을 지도한 김승준 코치는 서지연의 장점은 묻는 질문에 "스피드가 정말 좋다"고 즉답했다. "빠르고 침착하다. 욕심도 많고 성실하다. 아무리 아파도 훈련을 쉬는 법이 없다. 울면서도 운동을 쉬지 않았다. 무리하지 말라고 잡아끌어 내렸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세계2위' 카를란과의 16강전, 서지연의 승리를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김 코치는 "많은 이들이 지연이가 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지연이의 플레이에 카를란이 당황했을 것이다. 아직 국제무대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예인 만큼 상대가 더 긴장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때보다 게임운영이나 탄력 등 모든 면에서 많이 성장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조종형 대한펜싱협회 전무이사 역시 "카를란 같은 톱랭커를 상대로 실업 1년차 신예 선수가 막판 역전승을 이끌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막내' 서지연이 리우올림픽 엔트리에 '행복한 고민'을 더해주고 있다"며 웃었다.

서지연은 결승에서 세계랭킹 5위 야나 에고리안과 생애 첫 금메달을 다툰다. 에고리안은 2015년 모스크바세계선수권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1위 소피아 벨리카야와의 한솥밥 4강대결에서 15대12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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