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박태환 "지친다. 하지만...올림픽 가고 싶다"

기사입력 2016-06-01 21:03


코카콜라 체육대상 월간 MVP를 수상한 박태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6.01/

"지치는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올림픽은 가고 싶어요."

'마린보이' 박태환(27)은 예상보다 씩씩했다. 오랜 마음고생에도 애써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목표는 단 하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다.

박태환은 1일 서울 강남 팀지엠피 사무실에서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 4월 MVP 트로피를 받았다. 박태환은 트로피를 보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다. 인연이 있는 상이라 더 뜻깊다"고 했다. 박태환과 코카콜라 체육대상은 인연이 깊다. 박태환이 13세였던 11회 신인상을 시작으로 총 3번의 최우수선수상(12, 14, 16회)을 거머쥐었다. 그는 코카콜라 체육대상 21년사에서 역대 최다 최우수선수 수상자로 남아있다. 가장 화려한 시기를 함께 했던 코카콜라 체육대상 트로피를 앞에 둔 박태환은 "힘든 시기에 힘을 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감회어린 표정으로 물끄러미 트로피를 바라보던 그가 한마디를 보탰다. "이 상으로 힘내서 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

현재 본인에게 가장 큰 화두인 '올림픽'. 이 단어를 먼저 꺼낸 그에게 다시 물었다. '이렇게 힘든데, 그래도 올림픽에 가고 싶냐'고. 박태환은 담담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리우행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올림픽에 가고 싶다." 이어 "여러 생각을 했는데 선수는 선수로 보여드려야 한다. 물론 지친 적도 많았다. 생각 안하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지치더라. 그래도 포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리우행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실시한 금지약물 검사에서의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지난 3월 2일까지 18개월 동안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FINA 징계에서 풀린 뒤 지난달 말에 2016년 리우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출전해 네 종목에서 FINA가 정한 리우올림픽 A기준기록을 통과하며 우승했다. 그러나 도핑 규정 위반으로 경기단체에서 징계를 받은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체육회 규정에 막혀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태환은 4월26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중재신청을 했다.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에게 리우올림픽 포기를 전제로 한 중재안을 제시했고, 박태환은 지난달 25일 예정된 대한체육회와의 면담을 연기하며 장고에 돌입했다.

박태환은 법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잘 모른다.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누나(박인미 팀장)가 정확히 알고 있다. 설령 안다고 해도 내가 직접 이야기를 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고 했다. 박인미 팀장은 대신 "특별하게 움직일 계획은 없다. 박태환의 리우행 여부를 결정짓는 대한체육회의 이사회가 열리는 16일까지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꼬여가고 있지만 박태환의 얼굴은 의외로 편안했다. 이내 비결을 털어놓았다. "내려놨다." 박태환은 복잡한 서울 대신 인천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박태환의 말대로 지금은 온전히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박태환은 "선발전이 끝나면 대부분의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간다. 원래 한국에서 컨디션을 올리기 쉽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온전히 훈련에 전념하기 쉽지 않다. 몸상태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자 몸상태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박태환은 "마음을 비웠더니 컨디션이 괜찮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치고는 몸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웃었다.

박태환은 3일 호주 케언즈로 출국할 계획이다. 그는 "해외전지훈련에서 100%를 만들려고 한다. 이제 두달 밖에 남지 않았다.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못나갈 수도 있는데 그토록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잠깐 생각하던 박태환이 이렇게 답했다. "나가든 안나가든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고요."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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