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김병지, 미생 신화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기사입력 2016-07-19 18:39



"이제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거죠."

마지막 순간, 새로운 출발을 이야기했다. 길었던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김병지(46). 그가 19일 은퇴를 전격 발표했다.

김병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마음에서의 은퇴는 2008년 허리수술을 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좌절을 좌절로 받아들이지 않고 종전보다 의지와 체력을 다지니 선수 생활의 길이 열렸다. 덤으로 온 지금 나는 내리막이 아닌 새로운 오르막 길 위에서 기쁜 마음으로 외친다. 나 떠난다. 내 젊음이 머물었던 녹색그라운드'라며 팬들에게 안녕을 고했다.

말 그대로 미생(未生) 신화다. 지난 1992년 월급 80만원을 받는 연습생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김병지는 한국 축구사에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우며 완생(完生)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는 1992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 포항, FC서울과 경남, 전남 등을 거치며 24시즌 동안 무려 706경기에 나섰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한 김병지는 K리그 최다 출전경기와 연속경기 무교체 출전(153경기), 최고령 출전(45년 5개월 15일) 등 대기록을 작성했다.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불멸의 역사가 김병지에 의해 쓰여졌다.

대표팀에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995년 6월 5일 코리아컵 코스타리카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김병지는 61경기에서 72실점을 기록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골문을 지켰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태극마크를 단 4강 신화의 주역이다.

김병지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전남 드래곤즈와 계약이 만료됐다. 현역 연장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결국 이별로 정든 녹색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한국 축구사에 김병지라는 이름 석자는 지워지지 않는다. 잊지 못할 발자취를 남긴 그는 "지난 24년 동안 정말 감사했다. 팬들의 응원 덕분에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뛸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김병지는 유독 팬들에게 친숙한 축구스타였다. 특유의 헤어스타일 덕분에 '꽁지머리'라는 애칭으로 불렸고, K리그에서만 3골을 넣으며 '골 넣는 골키퍼'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팬들이 불러준 이름이 많다. 그 중에서 '골 넣는 골키퍼'라는 말은 특별하다. 1994년 10월 24일 울산과 포항전에서 헤딩골을 넣었다. 그날이 아내의 생일이었다. 아침에 장난삼아 '생일 선물로 골 넣을게'라고 말했는데 정말 헤딩골을 넣었다"며 웃었다.

연습생에서 시작해 K리그의 전설이 되기까지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다는 김병지는 이제 축구인생 2막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는 "아직 앞으로의 삶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후배들을 위해 '골키퍼 아카데미'를 열 생각이다. 나는 프로 연습생으로 출발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고비를 넘기면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웠다. 이제 후배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골키퍼 김병지의 좌우명은 한결같다. '내 뒤에 공은 없다.' 축구 인생 2막이 열렸다. 김병지는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시 미생으로 돌아왔다. 또 다른 완생을 위한 출발점에 섰다. "미생에서 완생으로 거듭나기까지 내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이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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