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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고, 또 돌아서 여기까지 왔다.
이를 위해 박태환이 택한 해법이 눈에 띈다. 그는 '잘'하기 보다는 '즐겁게' 하려고 한다. 박태환은 "사실 이번에 좋은 레이스를 하고 싶고, 저도 사람인지라 금메달, 은메달 다 따고 싶다"며 "'어떻게 해서 올림픽을 나가게 됐는데 열심히 할 생각을 해야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경기를 좋게 마무리하려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리우에 입성한 후 가장 많이 뱉은 말은 '즐겁게'였다. 처음에는 으레 하는 립서비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오전, 오후 연습 내내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 실격의 아픔 속에서도 웃었던 박태환, 그 모습 그대로다.
물론 상황은 좋지 않다. 미국 마이애미 올랜도에서 전지훈련을 했지만 훈련량이 경쟁자들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리우 입성 후에도 트레이너 등 전담팀이 적절한 대회 출입인가증(AD 카드)를 받지 못해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태환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한 시간이 남들보다 부족했지만 이런 것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 과정에서도 열심히 했으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주변 여건도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내가 헤쳐나가야 할 몫"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너무 잘하려는 의욕이 부담이 되는 순간 실력발휘가 안 될 수가 있다. 만약 박태환이 출발 총성이 울린 후에도 즐겁게 레이스를 할 수 있다면? 그때는 진정 기적을 꿈꿔도 좋을 것 같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