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그랜드슬램 꿈꾸는 '태권 아이돌' 이대훈, 두번의 실패는 없다

기사입력 2016-08-18 00:18


한국 태권도 이대훈 선수가 16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훈련을 마치고 경기장을 둘러보는 중 자원봉사자와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2016.8.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P

4년 전이었다.

고3 때 출전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63㎏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대훈은 2011년 경주세계선수권대회와 2012년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석권하며 한국 태권도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태권괴물'로 불렸던 문대성만이 달성했던 그랜드슬램까지 단 한걸음만을 남겨뒀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나서는 그의 금메달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은메달이었다. 58㎏급에 나선 이대훈은 무리한 체중감량과 대회 도중 입은 부상의 여파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회 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힘든 순간이었다. 그의 태권인생에서 겪은 첫 실패의 역사였다.

하지만 이대훈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이대훈은 "만약 그때 금메달을 땄다면 분명 정체돼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4년 뒤 그는 한층 더 강해졌다. 68㎏으로 돌아온 이대훈은 세계랭킹 1위를 놓치지 않았고, 2014년과 2015년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무엇보다 자신이 쓴 올림픽 로드맵을 완벽히 수행했다. 모든 시계를 2016년 8월에 맞춘 이대훈은 올림픽 출전 확정부터 이후 훈련 과정까지 전 과정에 걸쳐 꼼꼼하게 준비를 마쳤다. 그래서일까. 이대훈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신중한 성격의 이대훈이지만 "더 이상 준비할 것은 없다.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래 지금이 정점"이라고 자신할 정도다.

15일(이하 한국시각) 리우에 입성한 후에도 자신감은 여전했다. 지난 달 29일부터 2주간 상파울루에서 훈련을 마친 이대훈은 "이제 더 이상 준비할 것은 없다. 준비한 것만 잘 보여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16일에는 직접 경기를 치를 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 내 카리오카 아레나3를 둘러봤다. 19일 경기를 치르는 이대훈은 매트 위에서 직접 뒹굴어 보는 등 꼼꼼하게 살폈다. 결전의 장소에 온 이대훈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경기장에 와보니 잘못하면 긴장할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 다른 종목 우승 후보들이 많이 실패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물론 거저 얻는 금메달은 없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런던올림픽서 패배를 안긴 곤잘레스 보니야(스페인)을 비롯, 자우아드 아찹(벨기에), 세르벳 타제굴(터키), 사울 구티에레스(멕시코) 등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 이번 대회 8강에서 만날 수 있는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도 복병이다. 하지만 이대훈은 이들에게 지지 않을만큼 충분한 땀방울을 흘렸다. 턱걸이 한번 하지 못했던 이대훈이 지난 4년간의 훈련으로 10개씩 6세트를 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선수로, 인간으로 한단계 성숙했다. 지옥훈련 속에서도 단 한번도 운동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던 이대훈이었다. "결과는 정해져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이 믿음직한 이유다.

두번 실패는 없다.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이 될 이번 리우올림픽은 이대훈이 '태권아이돌'에서 '태권제왕'으로 거듭날 대관식이 될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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