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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넘쳤지만 동메달은 인연이 아니었다.
주세혁은 기나 긴 여정을 마감했다. 그는 "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따면 내 모든 임무는 끝난다"고 했다. 하지만 꿈은 이루지는 못했다. 노메달이었다.
주세혁은 뿌리깊은 나무였다. 2003년 파리세계선수권 남자단식 준우승 이후 13년간 철저한 자기관리로 정상권을 지켰다. 리우는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세번째 올림픽이었다. 4년 전 런던 대회 후 선배 오상은(39))과 후배 유승민(34)이 떠났다. 주세혁도 국가대표 은퇴를 고려했다. 그러나 떠날 수 없었다. '징검다리'가 필요했고, 주세혁이었다.
주세혁은 올림픽 무대를 함께 누빈 것으로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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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체전 동메달도 문턱에서 좌절했다. 첫 올림픽 메달을 품에 안지 못했다. 정영식은 첫 단식에서 접전 끝에 바스티안 스테거를 3대2로(12-10, 6-11, 11-6, 6-11, 13-11)꺾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동메달 문을 활짝 여는 듯 했다. 그러나 세 번째 경기에서 이상수와 복식으로 짝을 이뤄 대혼전을 펼쳤지만 2대3(11-9, 6-11, 7-11, 11-9, 9-11)으로 패하며 두 번째 단식의 패배를 만화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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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영식은 지난해 6월 호주오픈 탁구 단식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기세를 올린 정영식은 한 달 뒤 코리아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선배 주세혁을 누르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30위권을 맴돌던 세계랭킹은 수직 상승해 10위권까지 치고 올라갔다.
올림픽 무대에서 정영식의 탁구는 폭풍 성장했다. 세계 톱 랭커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았다. 장기인 백드라이브는 견고했다. 연결력에 치중하는 약한 탁구로 폄하됐던 그의 탁구가 강해졌다. 거침없는 선제공격이 탁구대를 뒤흔들었다. 정영식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
3시간 46분의 혈투였다. 주세혁이 아쉬움을 남기고 떠났지만 정영식이 그 자리를 꿰차면서 남자 탁구는 리우 대회를 통해 세대교체를 완성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