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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부인데요."
'운동기계'의 삶은 일반인 삶의 궤적과 다르다. 은퇴건 포기건 운동을 그만둔 그 순간 문제가 찾아올 수 있다. 틀에 짜여진 삶에 익숙했던 선수들은 갑자기 찾아온 환경변화에 당황하기 일쑤다. 막막한 주관식의 갈림길에서 간혹 일탈 사고 소식이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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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를 단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봐야 해법에 접근할 수 있다. 운동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는 순간 부작용도 따른다. 고립이 있다. 단절된 틀 안에서 운동기계로 철저히 조련된다. 그러다보니 일부 사회성이 부족한 선수도 있다. '몰카 파문'에 대해 김재원 진천선수촌 운영단장은 "깜짝 놀랐다. 가족 같은 분위기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같은 종목 남녀 대표팀 선수들은 허물 없을 정도로 친밀하다. 같은 장소에서 훈련하며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오누이나 다름 없다. 누이 같은 동료의 알몸을 몰카로 찍겠다는 생각은 일반적이지 않다. 병적이다. 관음증의 극단적 형태다. 상식적으로 상상하기 힘들다. 범죄행위 시도 자체를 생각 단계에서 차단하는 시스템적 완벽성이 아쉽지만, 왜곡된 성의식을 가지게 된 개인의 히스토리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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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수들의 충격적 일탈 행위를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는 한 같은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보다 근본적인 인재양성 구조와 시스템적 '변화'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